4차 산업혁명 시대 기존 산업과 ICT 기술 융합은 시대적 트렌드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의 전환은 기업의 비즈니스 성장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클라우드 시장 강자는 아마존, MS,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었지만, 최근 토종 기업이 손잡고 세 확장에 나섰다. 클라우드 원팀, 포털 기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 기업의 클라우드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제도를 정비하며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조선미디어그룹의 IT전문 매체 IT조선은 변화의 흐름에 맞춰 ‘한국의 SaaS 기업’ 기획을 진행한다. 민간은 물론 공공 클라우드 분야에서 활약 중인 토종 클라우드 기업의 위상과 미래 비전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한국은 통신, 반도체, 스마트폰 등 ICT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클라우드 분야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2020년 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한국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애저), SAP 등 글로벌 기업이 강세다. 토종 기업이 제대로 힘을 쓰기 전 외산 업체가 시장을 선점했다. 위기 상황이다.

KT는 외산 기업의 빠른 성장에 제동을 건다. KT의 클라우드 사업은 이미희 클라우드·DX 사업본부장이 진두지휘한다. 작년 말 인사를 통해 클라우드 사업의 키를 쥔 이 본부장은 구현모 사장의 디지코 전환의 중심에 섰다. 구현모 KT 사장은 취임 첫 해인 2020년 KT를 텔코(통신 기업)가 아닌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희 KT 클라우드·DX 사업본부장 / KT
이미희 KT 클라우드·DX 사업본부장 / KT
KT는 미디어와 클라우드를 핵심 플랫폼 비즈니스로 손꼽는 만큼 클라우드 분야 수장인 이 본부장의 어깨가 무겁다. 회사가 보유한 토종 클라우드 1위 타이틀은 차치하고,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의 공세에 맞대응할 수 있는 토종 클라우드 생태계 강화라는 숙제를 안았다. 이 본부장은 IT 서비스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인 만큼 올해 그에게 거는 기대감이 크다.

그는 최근 IT조선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KT는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클라우드를 보유한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며 "데이터 사업(IDC)은 KT가 독보적 1위인 것은 맞지만, 클라우드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파고드는 글로벌 사업자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소회를 밝혔다.

조직개편으로 클라우드에 힘 싣는 KT

KT는 2017년부터는 ‘클라우드 퍼스트’ 정책을 시행하며 사내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2019년에는 ‘클라우드 머스트’ 전략으로 신규 사내서비스를 100% 클라우드로 수용했다. KT의 대외 서비스와 사내 서비스 40종 이상이 주요 대상이었다. 특히, KT 올레TV의 대규모 미디어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전체 전환하며 사용자가 몰리더라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를 만들었다.

KT의 클라우드 DX 플랫폼 소개 이미지 / KT
KT의 클라우드 DX 플랫폼 소개 이미지 / KT
2020년 7월 6일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에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을 결합시켜 모든 산업에서 괄목할 만한 혁신을 가져오겠다는 목표로 ‘디지털 뉴딜 협력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미희 본부장은 "KT는 2021년 클라우드·IDC 기반에 AI·빅데이터·IoT 등 신기술 조직을 결합하는 등 미래 사업을 위한 내부 조직체계를 더욱 강화했다"며 "기술력과 역량을 갖춘 파트너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대폭 확대해 단기간 내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그 결실은 지난해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 근무 환경이 일반화된 후 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이 속도를 내는데, KT는 11월 30일 기업의 DX를 지원할 클라우드 기반 ‘DX 플랫폼’을 출시했다. DX 플랫폼은 기업의 디지털 혁신에 필요한 ▲AI ▲빅데이터 ▲IoT ▲개발환경(DevOps) 등 다양한 플랫폼을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패키지 서비스다.

SaaS(Software as a Service) 분야 확장에도 나선다. KT는 SaaS 분야 3대 전략으로 ▲국내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와의 제휴협력 기반 솔루션 확대 ▲신규 업종별 특화 플랫폼 솔루션 확대(소상공인·의료·제조·물류 등) ▲비대면 솔루션 확대 등을 꼽는다.

이 본부장은 "KT는 올해 PaaS(Platform as a Service) 레퍼런스 확보에 나서며, 원천 기술력을 갖춘 사업자들과의 제휴를 통해 업종별 특화 PaaS를 병행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며 업무 협력툴인 ‘KT 웍스’와 화상회의 솔루션인 ‘KT 미트(2월 출시 예정)’, 콜센터 서비스인 ‘KT 비디오헬프미’, 온라인 교육을 위한 ‘KT 라이브 에듀’를 선보인다"며 "이외에도 그룹웨어와 ERP 등을 통해 SaaS 분야 경쟁력을 높여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고객 친화적 KT 클라우드, 공공 부문 DaaS에도 ‘강점’

KT는 글로벌 기업과 견주어 상당한 강점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KT에 따르면, AWS·MS·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는 클라우드만 제공한다. IDC 등 설비나 네트워크 회선 등 서비스는 타 사업자와 결합해야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KT 클라우드 서비스 소개 이미지 / KT
KT 클라우드 서비스 소개 이미지 / KT
하지만 KT는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IDC를 모두 보유한 기업이다. 특히, KT는 초저지연 특성의 5G 네트워크 망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서비스 지원이 가능한 국내 유일한 사업자다.

이미희 본부장은 "KT 클라우드는 고객사가 복잡한 하이브리드 환경으로 서비스를 구현하더라도, 자체개발한 ‘커넥트 허브’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HCMP)을 통해 클라우드 연계 통합 모니터링·운영 가능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며 "고객사는 서비스 및 데이터센터 운영·관리비를 효과적으로 절감 가능하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은 ‘보안’이다. KT 클라우드는 국내·외 다양한 보안인증(CSAP, ISMS 등)을 보유함과 동시에 지속 확대 중이며, 고객 서비스와 중요 데이터의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30여 종의 보안 솔루션과 기술을 제공한다.

정부 규제 수준이 높은 산업분야(공공, 금융, 의료 등)에 대응 가능한 특화 클라우드 인프라도 제공한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DaaS(Datacenter as a Service)를 도입할 예정인데, 공공 부문 진출을 노리는 기업은 행정안전부의 보안 기준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본부장은 "DaaS가 공공기관에 도입될 경우 보안 이슈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며 "정부는 DaaS 인증제를 시행해 보안 방안에 대한 통제를 할 예정인데, KT는 이미 우정사업본부에 DaaS를 제공하는 등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만큼 (서비스 준비 기업에)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토종 기업, 클라우드 원팀으로 외산 기업 공세 정면 돌파

KT는 외산 기업의 공세 속에 2020년 11월 23일 ‘클라우드 원팀’을 발족시켰다. 20개 이상의 기업과 기관, 대학, 지자체 등이 클라우드 원팀에 참여해 토종 기업의 경쟁력 높이기에 나섰다.

주요 참가사로는 운영사무국을 맡은 KT를 비롯해 케이뱅크, ETRI, 서울대, KAIST, 한글과컴퓨터, 나무기술, 소만사, 벤처기업협회,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있다. 이미희 본부장은 클라우드 원팀 발족 후 현재까지도 여러 기업과 기관의 지속적인 참여 희망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미희 KT 클라우드·DX 사업본부장 / KT
이미희 KT 클라우드·DX 사업본부장 / KT
클라우드 원팀은 참여기관별 니즈를 수합해 개발·연구 과제를 발굴하며, 맞춤형 협력·상생 프로그램 등 개별 참여 기관별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KT는 운영사무국을 통해 각 참여 기관이 필요한 클라우드 인프라와 기술 등을 지원하는 등 원활한 과제 수행을 돕는다. 1월 새롭게 합류하는 서울시는 참여멤버에 ‘서울시 빅데이터’ 기반의 데이터 실습환경 제공 등 환경 지원을 통해 고류 생태계 강화에 나선다.

클라우드 원팀이 더 발전하려면 대한민국을 리딩하는 더 많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합류해야 한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토종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산업 리더인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경험과 노하우 공유가 필요하다.

이미희 본부장은 "KT는 우리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 플랫폼 리더 사업자로서 대한민국 클라우드의 플랫폼 생태계 확보와 토종 사업자들의 보호를 위해 전면에 나서 노력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원팀을 통해 토종 사업자가 똘똘 뭉쳐 글로벌 사업자들에 맞설 수 있는 플랫폼 생태계를 갖출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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