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KCC 명예회장(사진)이 3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고(故) 정상영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으로 1936년 강원도 통천 출생이다. 범 현대가 1세대, 한국 재계에서는 창업주로선 드물게 60여년 간 경영일선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1958년 8월 금강스레트공업을 창업하며 소재산업에 뛰어들었다. 1974년에는 고려화학으로 도료 사업에 진출했고, 1989년 건설사업부문을 분리해 금강종합건설(현 KCC건설)을 설립했다. 2000년 금강과 고려화학을 합병, 금강고려화학을 세웠고, 2005년 금강고려화학 사명을 KCC로 변경하며 건축자재는 물론 실리콘 및 첨단소재를 아우르는 화학기업으로 사세를 넓혔다.

고인은 20020년 11월까지 매일 출근하는 등 창립 이후 60여년 간 경영활동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1987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봉지재(EMC) 양산화에 성공하는 등 반도체 재료 국산화를 이끌었다. 2003년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모노머(실리콘 원료)를 국내 독자 생산에 성공했다. 현재 실리콘 제조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한국과 독일, 프랑스, 미국 등 7개국뿐이다.

자동차분야에서는 1996년 수용성 자동차도료 독자기술을 확보, 도료 기술 발전에 이바지했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영(永)'자 항렬을 쓰는 범 현대가 창업 1세대가 막을 내렸다. 현대가 1세대 6남 1녀 중 '왕회장'으로 불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2001년 작고한 데 이어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2005년),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2005년), 정인영 한라건설 명예회장(2006년), 정희영 여사(2015년) 등도 이미 세상을 떠났다.

범 현대가의 방향키는 2000년대 초반 '몽(夢)'자 항렬을 쓰는 2세대로 넘어간 데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선(宣)'자를 쓰는 3세대로 넘어가고 있다.

정상영 명예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조은주 여사와 정몽진 KCC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 등 3남이 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