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테슬라 공급 ‘원통형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
SK이노, 2025년 생산능력 125GWh로 대폭 상향
삼성SDI, 헝가리 2공장 신설·신규 거점도 검토

글로벌 전기차 400만대 시대가 도래하면서 2021년에도 K배터리의 선전이 기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3사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중국, 일본 배터리 경쟁사의 공세에 맞선다.

배터리 업계는 2021년 전기차 출시 증가로 배터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유럽 완성차 업체는 각국의 환경 규제에 맞춰 전기차 출시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1월 3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은 2021년 독일 에르푸르트 외곽 공장에서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CATL의 첫 해외 공장이다. 일본 파나소닉은 노르웨이에서 신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공장에서 독일 테슬라 공장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그림이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말 기준 120기가와트시(GWh) 규모인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1년 내 155GWh 수준으로 늘린다.

LG엔솔 관계자는 "올해 늘어나는 35GWh 규모 생산능력 중 원통형 배터리가 파우치보다 좀 더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대부분을 테슬라에 공급하는 점을 고려하면 테슬라로의 공급 증가를 염두에 둔 원통형 배터리 증설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2018년 공장을 준공한 후 꾸준히 생산능력을 늘려왔다. 폴란드에는 전기차 120만대 분량의 연 70GWh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억2000만유로(4300억원)를 투자해 폴란드 배터리 생산능력을 100GWh까지 확대한다. 100GWh는 연 150만대 이상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모회사 LG화학은 2021년부터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도 지속 확대한다. 회사는 "2020년 말 기준 양극재 생산 규모는 4만톤으로, 집중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17만톤으로 4배 이상 늘리겠다"며 "음극 바인더, 방열접착제, 점액첨가제 등 기타 배터리 소재 확대를 위해 아이템 발굴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헝가리 제2공장 조감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헝가리 제2공장 조감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올해 공격적인 배터리 증설을 통해 현재 40GWh 수준인 생산능력을 2023년까지 85GWh, 2025년까지 총 125GWh 규모로 늘린다는 목표다. 2025년 목표는 당초 계획인 100GWh보다 대폭 상향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서산공장(4.7GWh), 헝가리 1공장(7.5GWh)을 가동 중이다. 올해 추가로 중국 옌청과 혜주 공장을 20GWh 생산 규모로 가동한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에 배터리 제3공장 증설을 위해 1조2674억원을 현지법인에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헝가리 코마롬에 1공장(7.8GWh)을 가동하고 있다. 2022년 1분기부터는 9.8GWh 규모의 2공장도 가동한다. 건설이 결정된 3공장은 2024년 1분기부터 가동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도 21.5GWh 규모의 배터리 1·2공장을 건설 중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다임러, 현대자동차 등 기존 고객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조사들에 대한 신규 수주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 고속 성장에 따른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삼성SDI 헝가리 배터리 공장 / 삼성SDI
삼성SDI 헝가리 배터리 공장 / 삼성SDI
삼성SDI는 올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10기가와트시(GWh) 늘린다. 헝가리 1공장 중대형 각형 배터리는 연산 30GWh 규모로 생산능력은 총 40GWh까지 늘어난다.

2공장 신설도 검토한다. 공장은 배터리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신공법도 적용한다. 배터리 제조 공정이 기존 와인딩 방식에서 쌓아 올리는 형태인 스태킹 방식으로 변경되며, 에너지 밀도는 올리고 원가 절감 효과를 낼 것이란 설명이다. 이를 통해 2021년 전기차 배터리 부문 흑자전환을 기록하겠다는 목표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 전무는 "올해는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의 증설을 계획 중이며 유럽 고객향 프로젝트 비중이 높은 만큼 헝가리 공장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신규 거점 확보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변수는 전기차 수요 급증에 따른 화재 및 소송 리스크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각각 2020년 전기차 화재 충당금을 4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삼성SDI는 충당금 설정으로 2020년 4분기 배터리 부문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소송 장기화도 양사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양사는 2월 10일 미국 ITC의 영업비밀침해 소송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조기패소를 인정받아 승소하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제품의 미국 수출길이 막힌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의 합의 종용 발언으로 양사가 극적인 합의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