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이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을 권고했다. 해외 각국에서 해당 백신이 고령층에 효과가 없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자문단은 "만 65세 이상의 고령층을 접종 대상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놔 관련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스트라제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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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검증자문단은 1일 자문단 회의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조건부 허가를 권고했다. 검증자문단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65세 이상의 고령층 예방 효과와 관련해 "임상시험 참여 대상자 가운데 고령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자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증 자문단 회의는 식약처가 코로나19 백신의 객관적인 허가심사를 위해 3중으로 마련한 자문 절차 중 첫 단계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와 최종점검위원회의 논의를 거치면 최종 접종 범위와 허가 여부 등이 결정된다.

유럽 일각에선 ‘65세 미만’ 접종 격려

검증자문단의 권고가 알려지자 일각에선 우리나라가 만 65세 이상을 포함한 전체 성인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우려를 표한다. 해외에선 고령층에 대한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임상시험 대상자가 젊은층에 한정됐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65세 이상에 무효나 다름없다"며 " 60~65세 연령층에는 권유하지 않는다는 것이 프랑스가 확보한 초기 결과다"라고 했다.

독일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 산하 예방접종위원회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65세 이상 고령자에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18~64세에만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이들 발언이 나오고 몇 시간 뒤 유럽의약품청(EMA)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조건부 판매 승인을 권고했지만 해외 반응은 석연치 않다. EMA도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EMA는 아스트라제네카 사용승인을 권고하면서 "백신이 55세 이상의 연령층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충분한 데이터는 아직 없다"면서도 "해당 연령대의 면역 반응과 다른 백신의 임상 데이터를 고려할 때 고령자에 접종해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EMA의 이러한 권고에도 고령자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은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탈리아의약청(AIFA)은 18세 이상 성인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하는 것을 승인하면서도 54세 이하 성인에 우선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만 55세 이상의 성인에 충분한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AIFA는 고령층에게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우선 접종할 것을 권고한 상태다.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장은 이같은 해외 상황에 대해 "EMA 허가 시스템 상 EU 회원국은 EMA의 허가 사항을 따라야 한다"며 "허가가 이뤄진 뒤 접종에 대해선 각국 보건당국에서 접종연령권고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약처 허가 사항은 임상 결과와 전문가 자문에 의해 설정된다"며 "실제 사용 단계에 이르는 것에 대해선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국내 전문가 의견

이번 권고에 대한 국내 의료계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백신의 효과 자체가 65세를 기점으로 급격히 낮아질 가능성은 적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영국과 인도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똑같이 나올 듯 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과 인도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 승인으로 포괄적인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65세 이상의 연령층에게 접종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크다"며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 접종은 고령자에 대한 우선적인 백신 접종을 통해 사망률을 줄이자는 백신 접종의 취지와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