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최초의 크롬북이 미국에 출시됐다. 출시 초반 사용성에 관한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미국 교육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글로벌 점유율을 높여갔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 온라인 교육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크롬북은 전성시대를 맞았다. 2020년 4분기 크롬북 출하량은 1120만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290만대)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2021년 글로벌 크롬북 출하량은 전년 대비 30% 증가할 전망이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노트북 제조사들은 앞다퉈 크롬북 신작을 내놓으며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이 가운데 2014년 창업해 ‘크롬북’ 한 우물만 판 국내 제조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 엔지니어와 마케터, 디자이너가 모여 만든 ‘포인투랩’이다. 교육 시장에서 크롬북이 선두에 설 것을 예상하고 투자를 단행했다는 어정선 포인투랩 대표에게 그간 겪은 시행착오와 향후 계획, 경쟁력 확보 방안에 관해 들어봤다.
어 대표는 "미국에서 목격한 것은 단순히 컴퓨터를 배우는 정도가 아니라 수업 전반에 걸쳐 크롬북을 활용하면서 학생의 수업 참여가 늘어나고 교실은 즐거운 배움의 장으로 바뀌었다"며 "그 과정을 지켜보며 미래교육을 위해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크롬북이 미래 교육시장에 선두에 설 것을 직감하고 포인투랩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포인투랩은 가장 가격이 낮은 가격의 크롬북으로 미국 시장에서 승부를 걸었지만, 녹록지 않았다. 어 대표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선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본다는 전략이 유일한 선택지였지만, 막상 낮은 가격의 크롬북을 미국에 출시하고 보니 생각과 달랐다"며 "세계 유수의 기업에서 판매하는 크롬북도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엄청난 할인을 통
해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포인투랩이 거두는 마진은 매우 낮았다"고 말했다.
포인투랩, 조달 시장에서 본격적인 교육 수요 잡기 나서
포인투랩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미국 시장을 포기하고 한국 시장에 집중하기로 한다.
어정선 대표는 "2016년 당시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크롬북을 직접 홍보하면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아 테크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체험 서비스도 진행했다"며 "이를 계기로 학교 고객을 하나씩 늘리기 시작했으며, 입소문을 타고 크롬북을 채택하는 학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포인투랩은 조달시장에 진출해 본격적인 교육 수요 잡기에 나섰다. 외국계 기업과 대기업이 버티고 있는 조달시장에서 차별화한 전략으로 승부를 건다.
어 대표는 "크롬북을 구매한 학교에 제품을 배송하고 끝내는 것이 아닌 교사연수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며 "교사들이 수업에 직접 크롬북을 활용했는데,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해야 더 나은 수업이 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간 각 시도교육청 연수원을 포함해 각급 학교 연수를 집중적으로 진행했다"며 "포인투랩은 직접 연수 콘텐츠부터 진행까지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크롬북 시장은 ‘각축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달아오른다. 2020년 조달시장에 진출한 에이서와 삼성전자에 이어 올해 본격적인 참전을 선언한 HP까지 포인투랩의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포인투랩은 현장지원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어정선 대표는 "HP 등 대기업에 맞서는 포인투랩은 제품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기본으로 하고 학교 현장 지원을 지속해서 강화할 예정이다"라며 "최근 포인투 크롬북 11A를 출시하고 학교 공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크롬북 11A에서 마지막 글자 ‘A’는 갑옷(Armor)을 뜻한다. 그간 학교에 크롬북을 공급하며 교육용 크롬북은 내구성이 좋아야한다는 교사와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아 이를 반영한 제품이다. 와콤 솔루션을 채택해 4096단계의 필압(글을 쓸 때 누르는 정도)을 감지하는 펜을 탑재했다. 현장지원과 제품 퀄리티로 시장 경쟁에 나설 포인투랩의 무기다.
2021년 포인투랩은 세계적인 기업과 겨뤄 승리를 거두는 전적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어 대표는 "2021년은 크롬북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해이며 동시에 세계적인 크롬북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는 해이기도 하다"며 "한국의 조그마한 벤처기업이 세계적인 기업과 겨뤄 승리했다는 본보기를 만들고 싶으며, 무엇보다도 더 많은 수업 현장에서 포인투랩 크롬북을 활용해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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