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33개 게임에 외자판호(版號·유통허가증)를 발급했다. 한국 인디게임 룸즈(핸드메이드게임즈)가 목록에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가 판호를 받은 이후 두번째다. 연이은 판호 발급에 관련업계는 기대감을 높이면서도 중국 외자판호가 완전히 개방된 건 아니라며 긴장한다. 한국의 주력 게임 상품인 모바일이나 PC용이 아닌데다가 수십여개 게임 중 하나씩만 판호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에 판호를 획득한 룸즈 이미지 / 핸드메이드게임즈
이번에 판호를 획득한 룸즈 이미지 / 핸드메이드게임즈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9일 33개 게임에 외자판호(版號·유통허가증)를 발급했다. 이 중에는 김종화 대표가 운영하는 1인 게임 개발사 핸드메이드게임즈의 ‘룸즈’ PS4 버전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판호 발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다. 지난해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워:천공의 아레나'에 이어 연속으로 한국 게임이 판호를 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17년 3월 한국 정부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구축을 문제 삼으며 한국 게임에 판호를 발급하지 않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측은 "오랫동안 중단된 게임 판호 발급이 재개됐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며 "게임에 이어 드라마, 공연,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가 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긴장감을 놓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아직 낙관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이 정말 원하는, 규모 있는 게임이나 모바일 플랫폼이 아니라, PS4 기반 인디게임 1개가 판호를 받은 것에 불과한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1개라도 판호를 받았다는 소식은 무소식보다 낫다"며 "하지만 중견게임사 이상이 제작한 모바일게임 판호 발급을 기대하고 있는 한국 게임 업계가 볼 때는 중국이 ‘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판호 발급 기준에 일관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업계가 섣부른 기대감을 탓에 사분오열할까 우려했다. 그는 "중국은 ‘기브 앤 테이크’ 마인드가 있으므로 지금처럼 앉아서 기다리기만해서는 안된다. 무역 보복이 아니라 ‘게임에 문제가 있어서 안내준다’는 중국 논리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며 "판호 발급 재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결속과 의지가 약해지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위 학회장은 "중국이 마이너한 판호를 내주며 한국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한국이 진짜 원하는 것은 리니지2레볼루션, 배틀그라운드모바일 등 오래도록 중국 땅을 밟지 못한, 실제로 한국 시장에 도움이 되는 대작의 중국 진출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판호를 받은 게임 중에는 펄어비스가 2018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CCP게임즈의 ‘이브 에코스’나 콩스튜디오의 ‘가디언 테일즈’가 포함됐다. 하지만 해당 회사는 각각 아이슬란드, 미국 개발사이므로 한국 게임 판호 재발급과는 큰 관계가 없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