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존비즈온 등 시장 선두업체에 쏠려
중기부 ‘상위 10곳 50~60% 점유...문제 안돼’

정부는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에 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2020년 8만개 가량 기업을 지원했으며, 올해는 6만개 기업에 2400억원을 쓴다.

하지만 더존비즈온 등 몇몇 선두 기업이 사업권을 독식하며 쏠림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뒤늦게 일부 기업에 집중되는 문제 해소 방편으로 점유율 규제 등 조치를 취했지만, 공급사로 선정됐음에도 바우처 사업을 하나도 수주하지 못한 기업이 상당한 상황이다.


K비대면 바우처 홍보 이미지/ K비대면바우처플랫폼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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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2020년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공급기업 선정 업체 등에 따르면, 특정 기업으로 수요가 쏠리며 적지 않은 기업은 단 한 건의 사업 수주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진행한 사업인 만큼, 관련 기업들 사이에 성토가 잇달아 나온다.

2021년 공급기업으로 선정된 한 업체 관계자는 "일부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업체들이 비대면 바우처 사업을 싹쓸이했"며 "공급사로 선정됐는데도 한 개도 못 챙긴 업체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중견기업이 1등을 하는 등 문제가 있었고, 사용기간에 대한 제한도 없다보니 7년 기한을 주는 등 문제가 있었다"며 "업계에서 하도 말이 많으니 2021년에는 400만원을 지원받으면 최소한 두 업체로 나눠 쓸 수 있도록 하긴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급업체 관계자는 "비대면 바우처 사업은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기 위한 사업이었지만, 너무 많은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를 지원하다보니 그냥 클라우드 지원 사업으로 퇴색해 아쉽다"며 "한국 기업은 다른 나라의 회계 SW를 사용할 수 없는 만큼, 이번 바우처 사업은 국가가 직접 회계 분야 기업을 보호하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브랜드 파워가 상대적으로 약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은 비대면 바우처 사업 관련 수주를 거의 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급기업 관계자는 사업 수주량에 대한 질문에 처음에는 "말해 줄 수 없다"고 했지만, 재차 물으니 "3개밖에 수주하지 못했다"고 실정을 털어놨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수주를 어느 정도 따내긴 했지만 정부의 행보가 아쉽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스타트업 중 좋은 제품을 만드는 곳이 있지만 홍보력이 미비하다 보니 많이 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부가 일부 기업의 불법적 영업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2020년 별도의 영업사원을 모집해 판매 대행을 맡기는가 하면, 비대면 서비스 판매 금액 중 일부를 영업수수료로 지급하는 등 과도한 영업 활동을 했다. 정부는 2020년 11월 부랴부랴 선정 취소 또는 금액 환수 등 제재조치를 했다. 수요기업에 상품권이나 현금 등을 페이백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기부가 중견기업 지원?

비대변 바우처 공급을 싹쓸이했다고 거론되는 기업으로는 더존비즈온과 웹케시 등이 있다. 이들 기업 모두 ERP 시장에서 자리잡은 기업이다.

K비대면 바우처 홍보 이미지/ K비대면바우처플랫폼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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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존비즈온의 경우 2020년 디지털뉴딜 비대면 산업 육성 정책 수혜주로 부상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2020년 5월 8만~9만원대였던 더존비즈온의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다 9월 중 하루만에 2만원이 오르며 12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17일 종가 기준 다시 10만9500원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2020년 상반기 대비 오른 상태다.

2020년 더존비즈온의 실적 자료를 보면, 비대면 사업에서 수혜를 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존비즈온은 2020년 4분기 연결기준 매출 890억9600만원, 영업이익 267억34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10%씩 증가했다. 4분기 호실적에 힘입어 2020년 연간 실적 역시 매출 3065억원, 영업이익 767억원을 올리는 등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경리나라'로 유명한 웹케시도 비대면 바우처 사업 수혜를 봤다. 웹케시는 2020년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4% 상승한 143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웹케시 주가 역시 디지털 뉴딜 사업 수혜주로 부상하며 크게 올랐다. 2020년 5월 4만~5만원대 였던 웹케시 주가는 서서히 오르다 현재 7만원 중후반대를 기록 중이다.

정부는 초반에는 일부 기업에 공급이 쏠리는 현상이 있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기벤처부 한 관계자는 "모니터링하며 관리하고 있다"며 "1개 기업이 25%이상 점유율 넘은 적이 없으며, 만약 25%를 넘으면 자동으로 취소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위 10개 기업이 절반이 조금 넘는(50~60%) 점유율 차지하고 있는데, 별로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는 수치다"며 "1개도 공급하지 못한 한계 기업이 있긴 하지만,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서 수요 기업에 억지로 특정 제품 이용을 강요할 수 없는데다 욕심을 낸 만큼 가져가지 못했다고 해서 독점인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중기벤처부가 중견기업의 배를 불린다는 업계의 지적에 대해서도 "더존비즈온은 중견기업이지만 웹케시는 그렇지 않다"며 "관계부처와의 협의도 있었고, 수요기업들 입장에서는 검증된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하기에 중견기업도 공급기업에 포함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