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OLED TV 판매 영향 우려 분석

LG전자가 미니발광다이오드(LED) TV 시장 경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미니LED TV 대중화를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업계 일각에서는 미니LED TV가 자사 주력 제품인 OLED TV 판매량에 영향을 줄 수 있어 LG전자가 의도적으로 마케팅에 힘을 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니LED TV는 광원 역할을 하는 백라이트 주변에 100∼2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LED를 촘촘히 넣은 LCD 기반 TV다. 같은 면적에 더 많은 LED를 사용해 기존 LCD TV 대비 휘도(단위 면적당 밝기의 정도)가 높다. 색도 더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

LG QNED TV / LG전자
LG QNED TV / LG전자
22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니LED TV 제품군인 ‘네오(Neo) QLED’의 북미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4K 제품은 55·65·75·85인치, 8K는 65·75·85인치로 구성했다. 가격은 가장 저렴한 모델(4K 55인치 QN85A)이 1599.99달러(175만원), 가장 비싼 모델(8K 85인치 QN900A)은 8999.99달러(989만원)다. 소비자가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시점은 예약 후 한 달쯤 뒤다.

삼성전자 보다 먼저 미니LED TV 브랜드 ‘LG QNED’를 공개한 LG전자는 2분기 중 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브랜드를 먼저 공개했음에도 선점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가전업계는 LG전자의 브랜드 선공개를 미니LED TV 출사표로 해석하기 보다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한다.

LG전자 내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미니LED TV 명칭을 QNED로 붙인 것은 차세대 TV로 QNED 명칭 사용을 고심하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맞다"며 "삼성전자는 QNED 이미지가 자칫 OLED 하위 개념으로 굳어질 수 있어 곤란한 입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LCD TV 시장은 미니LED를 중심으로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 LG 등 주요 글로벌 TV 업체들의 잇따른 출시로 2021년 미니LED TV 시장이 전체의 2%쯤인 440만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삼성은 200만대를 출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전망에 따라 삼성전자는 미니LED TV 브랜드 공개 후 대중화를 위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LG전자의 마케팅은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홀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오 QLED 제품 이미지 컷 / 삼성
네오 QLED 제품 이미지 컷 / 삼성
삼성전자는 1월 7일 퍼스트룩에서 네오 QLED를 공개한 후 현재까지 관련 보도자료를 3건(CES 2021 제외) 배포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29일 LG QNED를 공개한 뒤, CES 2021 보도자료에서 QNED를 TV 라인업의 한 축에 포함해 설명한 것이 마케팅의 전부다. 반면 주력인 OLED TV의 보도자료 배포는 CES 2021을 제외하고도 5건에 달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LG QNED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자사 최상위 제품군인 OLED TV를 띄우려다, 오히려 자사 미니LED TV 제품까지 폄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백선필 LG전자 TV상품기획 담당은 1월 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OLED 고객층은 OLED 자체로 존재하며, 미니LED는 기존 LCD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1월 29일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니 LED TV는 LCD TV의 신기술이고, OLED TV가 여전히 최상위 모델이다"라며 "OLED TV와 미니 LED TV 사이 시장 잠식은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미니LED TV 가격 책정에서도 LG전자가 QNED에서 OLED TV 판매로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LG QNED 가격은 공식 확인되지 않았는데, 일부 유럽 매체는 이 제품의 가격대가 2499~9999유로(333만~1333만원)일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 네오 QLED 보다는 전반적으로 비싸고, 자사 OLED TV 라인업 대비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가격대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미니LE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수준의 점유율만 가져갈 뿐 적극적으로 판매 확대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LCD 비중을 낮추고 수익성이 높은 OLED TV 판매량 및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