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트너와의 호환성 고려해 ‘웹엑스' 채택
시스코, 청와대 이어 한국 1위 기업 뚫어

시스코의 원격 솔루션 ‘웹엑스'가 광폭 행보를 보인다. 청와대 신년행사에 사용되며 주목을 받은 ‘웹엑스'는 최근 삼성전자라는 대형 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스코 웹엑스 사용 이미지/ 시스코
시스코 웹엑스 사용 이미지/ 시스코
25일 업계 및 웹엑스 총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시스코시스템즈와 ‘웹엑스' 도입 계약을 맺고 내부 적용 준비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사업부 일부가 웹엑스를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지사에도 웹엑스를 도입한다.

화상회의 기업용 웹엑스 솔루션의 ID당 가격은 월 20만원 이상이다. 삼성전자 사업부문당 인력은 적게는 1만명에서 많게는 5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1만명을 기준으로 웹엑스를 도입한다고 가정할 때 비용은 월 20억원이다. 보통 연간 계약을 하므로 연간 240억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다만 계약 수량과 계약 기간, 추가옵션 그리고 동반 구매하는 각종 시스템에 따라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다.

시스코의 웹엑스는 화상회의로 유명하지만, 화상회의를 포함한 리모트콜, 보안솔루션 등을 포함한 기업용 원격근무 시스템이다.

삼성전자가 웹엑스를 사용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기존에도 부서마다 웹엑스와 녹스미팅 등을 혼재해서 사용했다. 계열사의 솔루션을 쓰는 것이 암묵적 관행이었지만, 일부 사업부는 웹엑스를 계속 사용해왔다. 녹스미팅은 SI 계열사인 삼성SDS가 독자 개발한 화상회의 솔루션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보통 삼성SDS가 개발한 화상회의 솔루션 '녹스미팅'과 원격 협업 솔루션 '녹스'를 썼었다.

삼성SDS는 2020년 9월 ‘브리티웍스'라는 협업솔루션을 새롭게 선보이는 등 비대면 업무 솔루션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삼성SDS의 새로운 솔루션을 외면한 셈이다. 브리티웍스 출시 당시 삼성SDS는 전 세계 삼성그룹 임직원 50만명이 사내·외 협업과 업무 자동화를 위해 사용하는 솔루션이라고 홍보했다.

SW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해외 기업과의 협업을 위해 호환성이 좋은 제품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며 "강한 보안이 필요한 사업부에서는 녹스를 쓰는 등 필요한 경우에 따라 솔루션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에서 무슨 솔루션을 사용하는 지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새로운 솔루션 교체 여부 역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국회도 택한 ‘웹엑스' 왜?

삼성전자가 웹엑스를 선택한 배경으로는 ‘호환성'이 꼽힌다. 웹엑스는 포춘 500대 기업 95%가 사용 중인 솔루션 중 하나다. 해외 지사나 고객사가 해외 기업인 경우 시스코의 SW가 익숙한 소통 수단이 될 수 있다.

녹스미팅은 삼성 그룹사에서는 많이 쓰이지만 다른 기업과의 화상회의 시에 항상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인지도 탓에 새로 설치하는 등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시스코의 웹엑스는 기업이 사용하는 그룹웨어와의 연동이 가능하고, 커스터마이징도 지원한다. 시스코는 보안 사업도 하고 있기 때문에 ‘웹엑스'의 보안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도 역시 높다는 분석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2021 신년기자회견 모습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2021 신년기자회견 모습 / 청와대
1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 청와대 행사에 웹엑스 화상 솔루션이 등장한 것은 비슷한 이유로 풀이된다. 보안을 중시하는 국회도 웹엑스 기반 영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보수적인 금융권도 웹엑스를 택했다. 2020년 10월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권 최초로 시스코 웹엑스 화상회의 솔루션을 활용해 비대면 회의 환경을 구축했다.

시스코 측은 헬스케어, 금융, 공공 등 규제 준수가 요구되는 업계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웹엑스의 장점으로 설명했다.

시스코 관계자는 "웹엑스는 사용자들의 보안을 최우선으로 삼고,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높은 수준의 엔드-투-엔드 암호화를 제공한다"며 "또 네트워크를 다루는 회사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장애 발생 시 빠르게 대응과 복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스코는 자체 IDC를 구축해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 세계 25개 IDC센터를 직접 운영 중이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