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시대를 앞두고 금융권이 데이터 확보를 위한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종산업 간 협업에 이어 경쟁사인 빅테크와 손잡는 사례도 등장했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왼쪽)와 권광석 우리은행장 / 네이버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왼쪽)와 권광석 우리은행장 / 네이버
24일 우리은행은 네이버파이낸셜과 ‘소상공인 포용적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소상공인 자금지원을 위한 금융상품·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소상공인을 위한 우리은행 전용 대출 상품을 출시한다. 또 온라인 사업자가 필요한 사업 자금을 적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도 출시할 예정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보유한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해 대출 대상도 확대한다.

금융 지주사 회장들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빅테크와 협력 중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이날 "코로나19는 전 산업의 디지털화에 촉매 역할을 했으며 은행도 이 흐름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필수과제다"며 "이번 협약이 금융과 플랫폼을 결합한 양사의 융합 시너지를 창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금융사들은 비금융정보 확보를 위해 다양한 업계와 협업하는 추세다. 금융 데이터 외에도 통신, 쇼핑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데이터의 중요성이 한층 커진 가운데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일례로 하나은행은 우아한형제들과 함께 배달의민족 입점 업주의 주문 정보 등을 활용한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 중이다. 주문 수, 재주문율, 광고상품 이용 기간, 리뷰 수 등 다양한 비금융정보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양사는 작년 4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결과물을 선보이고 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게 목표다.

신한은행도 작년 6월 SK텔레콤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ICT·금융 사업 협력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양사는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플랫폼과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는 한편 SK텔레콤이 보유한 비금융데이터 기반의 대안신용평가모델을 이용해 대출 상품을 공동 개발키로 협의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SK텔레콤과 여러 방면에서 협업하고 있다"며 "현재 대안신용평가모델과 관련해 데이터의 활용성을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금융산업 내 경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기업 간 협업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조언한다. 금융사의 경우 빅테크·핀테크 기업과의 협업,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해야한다는 분석이다.

조재박 삼정KPMG 디지털본부장 전무는 보고서를 통해 "마이데이터 도입에 따라 고객이 보유한 전체 금융 상품, 자산, 현금흐름, 성향을 분석해 최적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가 제도·활성화될 것이다"며 "상품 경쟁력 확보 및 차별화, 오프라인 채널의 전문성 및 자산관리 역량 제고, 적극적인 제휴와 중장기 관점의 전후방산업 투자를 통해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