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맛은 단맛이다. 커피에도 단맛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커피는 커피체리라는 과실에서 과육을 벗겨낸 열매를 이용하여 음료를 만드는 것이므로 보통의 과일과 마찬가지로 단맛을 비롯한 여러 가지 맛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잘 익은 커피체리 과육은 매우 달다. 그러므로 커피에 단맛이 우러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과거에는 커피의 제맛은 쓴맛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쓴맛 보다 신맛 나는 커피를 찾는 고객이 아주 많다. 물론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질 정도의 시큼한 신맛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라임이나 레몬의 신맛처럼 도드라진 신맛을 원하기보다는 입안에 침이 살짝 고이게 하는 정도의 상큼한 신맛 나는 커피를 원하고 있다.
커피에서 신맛은 단맛과 적절히 잘 어울려 청량감을 느낄 때 ‘상큼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하여 신맛 나는 커피를 찾는 고객에게는 오렌지나 감귤 맛과 같이 단맛이 적당히 감도는 커피를 권하면 대부분 아주 만족한다.
원래 커피 씨앗을 감싸고 있는 커피체리의 과육이 매우 달다고 하여 그 알맹이에서 단맛을 쉽게 뽑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커피생콩은 다당류, 지질, 유기아미노산, 단백질, 무기질, 카페인 등의 성분이 있다. 품종과 생산지역, 재배환경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당류 37~55%, 지질 11~13%, 유기아미노산 11~16%, 단백질 4~5%, 무기질 3~5%, 지방산 2% 내외, 클로로겐산 7%, 트리고넬린, 카페인 등이 각각 1%씩 포함되어 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커피의 품종은 크게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2개로 나뉜다. 아라비카 커피는 해발고도가 높은 고지대에서 심한 일교차를 이겨내며 자라 더 많은 당을 축적하고 유기산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향긋한 향미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아라비카 커피의 맛은 단맛과 신맛의 특성이 도드라져 고급스럽고 깔끔한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로부스타 커피는 저지대의 열대우림에서도 잘 자란다. 단맛과 거친 향미와 구수한 맛의 특성을 낸다. 이러한 품종의 특성으로 인하여 아라비카 커피와 로부스타 커피를 같은 정도로 로스팅 하더라도 맛과 향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나므로 커피의 특성에 맞춰 로스팅을 달리해야 한다.
보통 로부스타 커피는 커피믹스와 같은 인스턴트커피 원료로 사용되거나 구수한 맛을 위하여 아라비카 커피에 블렌딩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아라비카 커피가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70%, 로부스타 커피가 30%를 차지하고 있다.
아라비카 커피생콩은 로스팅 과정에서 갈변화되고 단백질과 다당류의 화학적 반응인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면서 Sweetness와 caramel 같은 향과 맛을 이끌어내게 된다. 즉, 아라비카 커피생콩에 함유되어 있는 당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설탕(Sugar browning) 계열의 향과 맛을 내게 된다. 맛표현은 ‘미정제된 설탕’, ‘캔디’, ‘흑설탕’, ‘황설탕’, ‘달고나’, ‘카라멜’, ‘꿀’ 등으로 표현된다.
반면, 로부스타 커피는 흙내음(earthy), 스파이시(spicy)향의 거친 향미까지 포함하고 있어 단맛을 내더라도 아라비카 커피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즉, 단맛을 강조할지, 구수한 맛을 강조할지에 따라 로스팅 종료 시점을 결정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중볶음 단계를 ‘약한 중볶음’, ‘중간 중볶음’, ‘강한 중볶음’ 등으로 구분 짓는다.
로스팅 된 후 커피의 단맛(Sweetness)을 표시할 때에는 구수한 향과 맛이 함께 있음을 표현하여야 한다. 중볶음 단계가 막 시작되어 구수한 향이 생성되기 시작할 때에는 단맛이 구수한 맛보다는 훨씬 강하므로 이때의 향미 표현은 ‘캐러멜 같다’라고 한다. 로스팅이 더 진행되어 단맛이 조금 줄어들고 쓴맛이 더 많이 드러나면 ‘초콜릿 같다’라고 말한다. 만일 로스팅이 더 진행되어 쓴맛이 단맛보다 훨씬 더 도드라진다면 다크초콜릿이나 바닐라 같다’라고 말하여 진하고 강한 쓴맛을 강조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초콜릿’을 떠올릴 때에는 달콤한 맛을 생각하지만 커피에서 ‘초콜릿’이라는 향미 표현은 기분 좋게 달콤하다는 뜻이 아니라 단맛보다는 쓴맛이 더 많이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의 단맛은 추출 시 물 온도와 추출 시간에 따라 더 많이 뽑아낼 수 있다. 커피를 추출할 때에는 볶아진 정도와 분쇄입자의 크기에 따라 추출물의 온도를 정하게 되는데 추출 과정에서 단맛을 더 뽑아내기 위해서는 추출하고자 하는 물 온도보다 온도를 조금 더 높여서 추출해야 한다. 탄수화물 중 유리당류는 높은 온도에서 쉽게 추출될 것이고 셀룰로오즈류의 불용성 성분 속의 단맛까지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서이다. 만약, 보통 92 ℃에서 추출하고자 생각했다면, 94 ℃~95 ℃에서 추출하면 단맛이 좀 더 많이 우려져 나올 것이다.
또 추출할 때 걸리는 시간을 좀 더 길게 주면 구수함도 함께 구현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1차로 물을 부어 마른 커피를 적셔준 후 2차 추출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 길게 잡아주어 총 추출 시간을 늘려준다면, 단맛과 구수함을 좀 더 뽑아낼 수 있다.
커피를 마실 때도 뜨거울 때보다 약간 식혀서 마시면 단맛이 더욱 부각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커피에는 단맛뿐 아니라 신맛과 구수한 맛 등 무수히 많은 맛을 내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단맛을 좋아한다고 커피에 들어있는 다른 맛은 무시하고 단맛만 나는 커피를 마신다면 금방 식상할 수 있다.
단맛이 신맛과 상큼하게 어우러져 입안에서 달큰한 단맛을 느끼며 부드러운 목넘김과 함께 후미에 구수한 여운까지 잔잔히 남는다면 더 할 나위 없이 기분 좋은 커피가 될 것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리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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