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분기 PC용 GPU 출하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채굴 열풍과 더불어, 노트북 판매량의 급증이 GPU 출하량 증가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존 페디 리서치(Jon Peddie Research, 이하 JPR)는 자사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 2020년 4분기 글로벌 PC용 GPU 출하량이 지난 3분기 대비 20.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노트북과 이에 탑재된 CPU 내장 GPU를 포함한 수치다. 전년 동기보다는 12.4% 늘었다.
그 결과, 지난해 글로벌 노트북 출하량이 처음으로 2억3000만여 대를 돌파했다고 JPR 측은 밝혔다. 이전해인 2019년과 비교해도 무려 49%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의 증가율이다.
노트북 판매량의 증가는 GPU 출하량 증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JPR은 구체적인 수량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2020년 4분기 GPU 출하량은 3분기 대비 AMD가 6.4%, 인텔이 33.2%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엔비디아는 전 분기 대비 7.3% 감소했다. 노트북 시장에서 인텔과 AMD는 CPU에 GPU가 통합되어 제공되는 반면, 엔비디아는 개별(discrete) GPU만 공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4분기 들어 암호화폐 채굴 대란이 GPU 시장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개별 GPU를 사용하는 데스크톱 PC용 그래픽카드 출하량은 3분기 대비 오히려 3.9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카드 물량이 암호화폐 채굴 시장으로 흘러가면서 데스크톱 PC 시장으로의 출하량이 감소한 것이다.
실제로, JPR가 발간한 애드인 보드(Add-In-Board, AIB, 개별 GPU를 탑재한 카드 제품)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글로벌 AIB 출하량은 3분기 대비 6.6%, 전년 동기 대비 3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더 많은 그래픽카드를 생산했음에도 불구하고 죄다 암호화폐 채굴시장으로 몰리면서 PC용으로 공급된 물량이 줄어든 셈이다.
다만 JPR는 암호화폐 채굴용 고성능 그래픽카드 수요가 머지않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JPR 대표 존 페디 박사는 "그래픽카드를 이용하면 어떤 암호화폐든 채굴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르는 대량의 전력 소비는 채굴로 인한 이익을 크게 줄인다"라며 "현재 GPU를 이용한 채굴에 가장 적합한 이더리움은 조만간 2.0 버전이 나오면 GPU를 통한 채굴이 쓸모없어진다. 암호 화폐 채굴을 위해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고성능 그래픽카드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