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가 도서 납품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는 '공급률(책 정가 대비 납품 금액) 갑질'을 한다는 주장이 출판업계에서 제기됐다.

교보문고 홈페이지 / 교보문고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교보문고 홈페이지 / 교보문고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교보문고는 온·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갖췄다. 서점 업계 매출 선두이기도 하다. 시장 지배력이 절대적인 탓에, 중소형 출판사는 교보문고의 공급률 압박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7일 출판 업계에서는 ‘교보문고가 책 도매 사업에 본격 진출한 후 일부 중소형 출판사들이 책 공급률 갑질에 시달린다’는 주장이 나왔다. 출판사-도매유통사-소매서점으로 이어지는 책 유통 과정에서, 도소매를 겸업하는 교보문고가 지위를 앞세워 출판사에 ‘가혹한 공급률'로 책 납품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업계에(교보문고의) 공급률 압박 소문이 파다하다. 많은 출판사들이 곤혹스러워 한다"며 "책의 공급률은 대개 단행본 60%, 전공서적 80% 정도인데 교보문고는 일부 중소형 출판사에 단행본 경우 심하면 절반 수준인 33%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가 출판사로부터 책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이후 팔리지 않은 책은 반품해 공급률을 낮게 유지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서점 관계자는 "교보문고는 주문량이 많아 공급률을 낮출 수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팔리지 않은 책 상당 부분을 반품하는 관행이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대랑 구매 명목으로 책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받은 뒤, 팔리지 않은 책을 출판사에 반품 처리하며 손해를 전가한다는 의미다.

공급률을 맞추지 못하면 교보문고 서점 내 눈에 띄는 자리에 책을 진열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소 출판사 관계자는 "이 업계에서 교보문고의 지위는 막강하다. 공급률을 아무리 낮추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교보문고와 영업 협상을 하기 어려워진다. 책이 교보문고 오프라인 매장 내 ‘좋은 위치’에 진열되지 않거나, 온라인으로 마케팅을 적극 펼치기 힘들어진다. 이러면 베스트셀러가 될만한 책도 주목받지 못하고, 주문도 잘 들어오지 않게 돼 영업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출판 업계는 막강한 소매 사업 지위를 가진 교보문고가 도매 사업까지 펼치면, 출판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독과점’ 우려다. 교보문고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소규모 혹은 지역 서점들이 교보문고가 부르는 값에 따라 책을 공급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과거 교보문고는 책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주요 지역 서점들에) 납품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교보문고의 영향력이 도소매 양면으로 강해졌다"며 "이러다 서점의 가격 협상력은 사라지고, 교보문고가 부르는 가격대로 책을 사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시장에 파다하다"고 말했다.

박성경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정책위원장은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출판사와 교보문고 사이 개별 계약이 이뤄지다 보니) 갑질 사례를 명확히 발견하지는 못했다. 없는 일이라고 단언은 하지 않겠다"며 "교보문고가 책 도매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이전에도 신규 거래 시 일반 서점보다 낮은 가격에 책을 공급받으려 하는 부분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 부분은 개선해야 하며, 교보문고의 유통 독과점화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일련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경쟁 도매기업 주장을 취재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