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간편결제진흥원(한결원)이 제로페이 통합 운영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그동안 한결원은 위탁 업체에 제로페이 운영 전반을 맡겼다. 일각에서는 제로페이 가맹점이 80만을 돌파하면서 주도권을 독차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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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결원은 사업별로 분리된 제로페이 관련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구축하고,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한다.

한결원은 지난 9일 나라장터에 ‘제로페이 통합 운영플랫폼 구축’ 공고를 올렸다. 총 예산은 8억9000만원으로 한결원은 추가 개발, 유지·보수 기간을 합쳐 9월 중 통합 플랫폼을 상용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제로페이는 금융결제원이 대신 관리를 맡았다. 여기에 하위 대행사가 개별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했다. 한결원은 이번 시스템 통합으로 정산, 포인트, 결제, 운용에 거친 제로페이 관련 사항을 모두 맡는다는 목표다.

제로페이 관계자는 "재작년 10월 출범 이후 한결원 업무가 상당히 안정화 됐다"며 "외부에 있는 데이터를 내제화하면 향후 대외적인 요구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을 통합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결원의 통합 시스템 구축 움직임을 두고 명확한 자체 시스템을 갖춰 이용자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봤다. 앞으로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분석해 이용자들에게 유의미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다는 해석이다.

기존 금융권에 비해 갈길 먼 제로페이

제로페이가 시스템 통합으로 금융권 수준까지 경쟁력을 올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주요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표준화를 이루겠다는 구상이 늦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동안 제로페이는 한결원 대신 대행사가 정산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기능별로 여러 사업자의 서비스를 탑재해 운영한 반면, 기존 간편결제 업체들은 이미 통합화를 이룬 상태기 때문이다.

토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은 이미 간편결제 통합 프로그램을 개발해 결제·송금·부가서비스를 한곳에서 운영중이다. 여기에 카카오페이는 17일 카카오뱅크와 협력해 3월부터 필요한 데이터를 받아 분석해 실제 신용평가모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빅테크 기업이 앱 하나에 모든 서비스를 탑재해 소비자 유치에 나서자 기존 금융권도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에 가세했다. 최근 KB국민카드는 통합 ‘KB페이’를 출시했다. 국민카드가 운영하는 KB국민카드, 간편결제 앱 KB페이, 마이데이터 서비스 앱 리브 3.0 등 서비스를 연동·통합한다.

업계는 한결위의 제로페이 운영과 관련해 "기존 금융권과 달리 확실한 마이데이터 구축 계획이 없다는 점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라는 반응이다. 제로페이 관계자는 "우선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기반으로 이후 마이데이터 구축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제로페이가 기존 금융권과 경쟁하는 대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일반 카드사나 은행 등 기존 금융권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로페이가 코로나19에 힘입어 방역, 재난지원금,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온누리상품권 등에 사용돼 이용자수가 늘었다고 본다"며 실질적으로 사용자 수가 늘었는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정유신 서강대학교 교수는 "제로페이는 페이라기 보다는 소상공인을 위한 하나의 인프라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된 계층을 주요 이용자로 삼는 ‘금융 포용적’ 관점을 보여줘야 할 때다"라고 제로페이의 방향성을 조언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