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그간 역량을 쌓아온 미디어 플랫폼 사업 위에 콘텐츠 사업을 더해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행보에 박차를 가한다. 1월 설립한 콘텐츠 전문 법인인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계열사 사업 역량을 결집해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확보부터 생산, 유통까지 전 영역에서 시너지를 발휘한다. 향후 KT스튜디오지니의 중간지주사 전환도 고려한다.
구현모 KT 대표는 행사 인사말에서 "KT가 디지코로 가는 데 있어 KT가 갖는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 미디어 플랫폼이다"며 "미디어 플랫폼이 강화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필수다. KT 내부에서 여러 논의를 거친 결과 이제는 때가 온 것 같다"고 콘텐츠 사업 추진 배경을 말했다.
이어 "KT 혼자 가기보다는 국내외 사업자 모두 협력하는 생태계를 조성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겠다"며 "KT 미디어 플랫폼 위에 콘텐츠를 더해 디지코로 변하겠다. 결국 이것이 KT 기업 가치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디어 콘텐츠 사업은 선택 아닌 필수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KT 사업 특성상 콘텐츠 영역으로의 확장이 당연한 수순이었음을 강조했다. KT가 미디어 플랫폼을 갖춘 만큼 콘텐츠 사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KT는 1월 그룹의 콘텐츠 역량을 결집해 투자부터 기획, 제작, 유통을 아우르는 콘텐츠 전문 기업을 설립했다. KT 스튜디오지니다. 일각에서는 KT가 콘텐츠 사업에 뛰어드는 배경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강 부문장은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며 한국도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중심으로 콘텐츠 사업자가 스스로 가입자를 확보하는 사업자가 됐다. 플랫폼 사업자는 이로 인해 콘텐츠 수급 문제 등을 겪게 된다"며 "플랫폼 사업자도 콘텐츠 시장에 진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으로 콘텐츠 소비가 2배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소비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콘텐츠 시장 자체가 매력적이다"며 "KT가 왜 콘텐츠 사업을 하는지 질문하기보다는 왜 콘텐츠 사업을 하지 않는지 질문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KT는 미디어 콘텐츠 밸류체인을 잘 구축한 점이 자사 콘텐츠 사업의 성공성을 담보한다고 설명했다. KT그룹에서 KT스튜디오지니를 주축으로 스토리위즈, 스카이라이프, 올레tv, 시즌, kth 등의 사업을 각각 진행해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확보부터 채널, OTT 송출과 유통까지 선순환 구조를 이루겠다는 취지다.
KT는 이같은 과정에서 KT스튜디오지니를 중간지주사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중간지주사 전환 후 관련 KT그룹 계열사를 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 대표는 이와 관련해 "(KT 스튜디오지니의) 중간지주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서 그간 구축한 가입자 빅데이터 역시 KT가 콘텐츠 사업에서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다. KT는 1300만 유료 방송 가입자로부터 7000억개 이상의 데이터를 구축했다. 가입자별 세부 시청 패턴을 토대로 쌓은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콘텐츠 흥행 예측 모델을 만든 상태다.
강 부문장은 "어느 작품이 어느 정도 흥행할지 10등급 예측 모델을 만들고 여러 작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작년에 방송된 드라마를 보면 KT 흥행 예측 모델과 실제 드라마 흥행 정도가 일치했다"며 "성공 예측이 높은 모델을 토대로 작품을 사전 제작 할 때마다 예측하면 흥행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엔 KT스튜디오지니 공동대표인 윤용필 대표와 김철연 대표가 부임 후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두 대표는 KT스튜디오지니를 K-콘텐츠의 새로운 유니콘이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윤용필 대표는 "KT가 꿈꾸는 새로운 생태계는 커넥티비티(Connectivity), 연결성이다"며 "KT가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진행하던 사업들의 연결성을 강화하면서 강화된 연결성을 외부의 다양한 사업자, 플랫폼과 연계해 동반 성장하는 위드(with) KT다"라고 강조했다.
KT스튜디오지니는 2023년까지 원천 IP 1000개 이상, 드라마 IP 100개 이상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IP 펀드를 조성하고 100억원 이상을 투자, 지난해 분사한 스토리위즈의 원천 IP 확보에 나선다. 정확한 투자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국내 콘텐츠 사업자 중에서는 가장 높은 금액일 것이라는 게 KT 설명이다.
같은 기간 스카이tv는 시청률 순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핵심 대작(텐트폴, tent pole) 드라마 제작에 나선다. 첫 작품은 3분기 공개를 목표로 한다. 올레tv는 30여개 타입, 300여개 에피소드를 공급해 차별적인 콘텐츠를 선보인다.
김철연 대표는 "KT스튜디오지니는 어떤 협업 방식에도 열려 있다. 장기 협력 모델을 국내 사업자와 논의 중에 있다"며 "다른 사업자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 협업을 통해 글로벌에서 K-콘텐츠 영향력을 확대하고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이같은 계획을 작동하기 위해 과감하게 원작자와 IP와 수익을 쉐어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오픈 앤 쉐어(Open and Share) 전략으로 역량 있는 중소 제작사와의 협력 모델을 광범위하게 구축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