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첫 전기차 EV6는 아직 출시도 안됐는데, 서울과 부산 등 전기차 보조금이 벌써 바닥을 보이며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정 지역에서는 이미 보조금 예산이 절반이나 동났고, 현대차 아이오닉5의 사전예약 물량이 벌써 3만5000대여서 EV6 구매자에게 보조금이 지급될 수 있을지 조차 예상이 어렵다.

7월 출시를 예정한 기아의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 EV6 / 기아
7월 출시를 예정한 기아의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 EV6 / 기아
환경부의 저공해차 통합누리집의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3월 23일 기준 국내 주요도시인 서울과 부산 지역의 일반(법인·기관 및 우선 대상을 제외) 전기차 보조금은 절반 가까이 소진됐다. 서울과 부산은 각각 2월 23과 22일부터 2021년 전기차 보조금 지금 사업을 시작했는데 시작 한달만에 보조금의 절반이 사라졌다.

서울과 부산의 일반 배정 대수는 2534대와 673대인데 일반 전기차 보조금 예상 잔여 대수(잔여대수에서 접수대수를 뺀 값)는 각각 1480대와 351대다. 공고대수 대비 잔여대수 비율이 58.4%와 52.1%로 성남이나 수원 등 경기 지역 내 주요 도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기차 보조금이 올해 초부터 빠르게 소진된 가운데 7월 출시를 앞둔 기아의 EV6 구매자는 보조금 혜택을 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전기차 보조금 잔여 댓수에는 현대차 아이오닉5가 포함되지 않은 만큼, EV6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아이오닉5는 이미 사전계약으로 3만5000대가 팔렸다. 아이오닉5의 사전예약 물량 중 절반만 보조금을 받아도 서울·부산 등 주요 도시와 수도권에서의 보조금이 거의 동난다. 전국의 일반·우선·법인 전기차 보조금 공고대수의 합은 4만6000대쯤이며, 8월 분류없는 보조금 통합 지급을 시작할 경우 아이오닉5의 사전예약 물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도 어렵다.

사전예약 대수 3만5000대 이상을 기록한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 이민우 기자
사전예약 대수 3만5000대 이상을 기록한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 이민우 기자
전기차 확산에는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역할이 크다. 보조금 공백이 있는 1~2월 전기차 판매량은 급감하며, 동기간 인기 전기차인 테슬라 판매량은 38대에 불과했다. 7월 EV6가 출시된 후 보조금 지급이 어렵다면, 차량 구매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자와 기아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보조금 추가를 기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 보조금이 빠르면 상반기부터 바닥을 보일 것이 분명한 만큼, 정부에서도 전기차 확대를 위한 추가 예산 편성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아이오닉5와 EV6는 엄밀히 말하면 차종도 다르고 경쟁자 포지션도 아니기 때문에 수요자가 크게 겹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추경의 경우 정부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다 보니 그룹 차원에서 딱히 예상하고 있는 내용이나 전달 받은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