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노트북에 이어 데스크톱에서도 코드명 ‘로켓레이크 S’ 기반 11세대 프로세서 제품군을 선보였다. 이전 세대 제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무엇보다 게이밍 성능에 집중한 점에서 흥미로운 제품이기도 하다.
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온라인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보편화했다. 그로 인해 집에서 업무 및 수업을 듣기 위한 PC 구매도 급증했다. 특히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PC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도 늘었고, 덩달아 게임을 위한 고성능 데스크톱 수요도 증가했다.
‘최고의 게이밍 CPU’ 타이틀은 10여년간 인텔이 차지했다. 하지만 인텔이 주춤한 사이, 경쟁사인 AMD가 차세대 라이젠 5000시리즈를 내놓고 타이틀 경쟁에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다. 인텔이 이번 데스크톱 11세대 프로세서를 선보이면서 게이밍 성능을 유독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새롭게 출시된 11세대 인텔 코어 S-시리즈 데스크톱 프로세서는 ‘스카이레이크’와 그 확장 아키텍처를 채택했던 이전 세대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사이프러스 코브(Cypress Cove)’ 아키텍처를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같은 14나노미터(㎚) 공정으로 제조됐음에도 불구하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효율성이 향상되고 게이밍 퍼포먼스도 좋아졌다는 것이 인텔 측의 설명이다. 특히 코어당 성능(IPC)은 이전 세대 대비 최대 19%까지 향상됐다고 강조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최대 메모리 작동 속도가 이전 DDR4-2933㎒에서 DDR4-3200㎒로 상향됐다. 정식으로 최대 메모리 대역폭이 더욱 늘어나면서 게임을 비롯한 각종 고성능 작업 환경에서 더욱 부드럽고 매끄러운 데이터 처리와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오버클럭 없이도 최근 다양하게 출시되는 고속 고성능 메모리 제품들이 성능을 좀 더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워크스테이션급 CPU에서나 지원하던 ‘고급 벡터 확장(Advanced Vector Extensions) 512(AVX-512)’ 지원도 추가했다. 일반 소비자용 CPU임에도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에 버금가는 과학 시뮬레이션, 금융 분석, 인공 지능(AI) 및 딥 러닝, 3D 모델링 및 분석, 이미지 및 오디오·비디오 처리, 암호화 등의 작업 성능을 가속할 수 있다.
내장 그래픽의 하드웨어 가속을 이용한 인텔 딥 러닝 부스트(Deep Learning Boost) 및 VNNI(Vector Neural Network Instructions) 등 인공지능(AI) 가속 기능도 제공한다. 물론 영상 인코딩/디코딩을 가속해 영상 작업 효율을 높여주는 인텔 퀵 싱크 비디오, AV1 및 12비트 HEVC(high-efficiency video coding) 디코딩을 통한 고품질 영상 콘텐츠의 하드웨어 가속 등의 기능도 건재하다.
CPU의 기본 정보를 확인하는 프로그램인 CPU-Z의 자체 벤치마크 테스트를 돌려봤다. 우선 10세대 기준 500점대였던 싱클코어 성능 점수가 11세대 코어 i9-11900K는 700점대, i5-11600K는 600점대까지 크게 상승했다. 이전까지 세대를 거듭하면서 두 자릿수 단위만 상승했던 것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성능 차이다.
그래도 코어 수가 2개 적은 것 치고는 멀티코어 점수의 차이는 적은 편이다. 더욱 향상된 단일 코어 성능과, 더욱 빠른 작동속도가 부족한 코어 개수를 보충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PC 이용 및 사무 업무에 해당하는 ‘에센셜’ 및 ‘프로덕티비티’ 항목에서는 11세대 코어 i9-11900K가 확실히 10세대 코어 i9-10900K를 앞선다. 개수가 영향을 미치는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션’ 항목에서는 코어가 2개 부족한 만큼의 차이를 보이면서 10세대 코어 i9-10900K가 앞선 결과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게임에서는 어떨까. 최근 멀티코어를 지원하는 게임들의 수가 많이 늘긴 했지만, 아직 대다수 게임은 단일 코어 성능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이전 세대보다 코어 수로 인한 성능 차이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 정도의 차이라면, 실제 게임에서의 성능은 거의 차이 없는 편이다. 오히려 코어 수가 2개 줄어들었음을 고려하면, 11세대 코어 i9-11900K가 그만큼 선방한 셈이다. 물론, 코어 수에 변화가 없는 11세대 코어 i5-11600K는 10세대 코어 i5-10600K보다 확실히 앞선 점수를 보여준다.
즉 인텔 11세대 코어 S-시리즈 프로세서가 노리는 주 고객층은 적어도 9세대 및 8세대 이하의 구형 시스템 사용자인 셈이다. 최저 2~3년전 PC를 쓰는 사용자에게는 확실하게 성능 향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11세대 제품인 셈이다. 구형 PC 사용자를 주요 고객으로 설정하는 것은 인텔의 전통적인 CPU 마케팅 방향이기도 하다.
다만, 11세대부터 정식으로 지원하는 PCI익스프레스 4.0이나 썬더볼트4 등의 최신 기술이 필요한 경우라면 10세대 사용자라 하더라도 세대교체를 할 만 하다.
몇 년 만에 새롭게 고성능 데스크톱을 구매하고는 싶은데, 경쟁사 제품을 선택하기 부담스러운 이들이라면 11세대 코어 S-시리즈 프로세서는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당장은 10세대 제품이 ‘가성비’가 좋을지는 모르지만, 11세대 제품이 정식 판매를 시작한 만큼 10세대 제품들도 곧 단종 수순에 들어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새로운 11세대 코어 S-시리즈 프로세서와 그 대략적인 특징과 성능, 어떤 이들에게 어울리는 제품인지 살펴봤다. 본격적인 게임별 성능 차이와, 11세대 프로세서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인 ‘오버클럭’ 기능에 대해서는 다음 기사에서 다뤄볼 계획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