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국 웹툰·웹소설 등 지식재산권(IP) 기반 콘텐츠가 주목을 받자, 기업들이 원천 IP 확보에 나섰다. 통신사 KT와 OTT 왓챠, 게임에 앱마켓까지 신사업으로 웹툰·웹소설을 낙점했다. 하지만, 콘텐츠와 업계 특징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KT의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 / 블라이스 화면 갈무리
KT의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 / 블라이스 화면 갈무리
KT는 투자·기획·제작·유통을 아우르는 콘텐츠 전문 기업 ‘KT스튜디오지니'를 출범했다. 2023년까지 원천 IP 1000개 이상, 드라마 IP 100개 이상 확보가 목표다. 웹소설과 웹툰 IP는 2020년 분사한 자회사 ‘스토리위즈’가 앞장서 확보한다.

스토리위즈는 자체 웹소설과 웹툰 플랫폼 ‘블라이스'를 통해 신인 작가 발굴과 양성에 나섰다. 소속 작가 컨설팅을 통해 차별화된 IP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집단 창작 시스템을 도입해 메인 작가진과 협업 작가진 간의 협업 체계도 꾀한다. KT는 3월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미디어 플랫폼을 갖춘 만큼 콘텐츠 사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OTT플랫폼 기업인 왓챠도 신사업으로 웹툰을 앞세웠다. 오리지널 웹툰을 제작해 IP를 확보하고 이를 영상화, 콘텐츠간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인력도 채용중이다. 왓챠는 영상화할 수 있는 웹툰을 개인이 아닌 팀 단위로 집단 제작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앱마켓 원스토어·인터넷 서점 예스24도 ‘웹소설·웹툰'

앱마켓 원스토어도 원천 IP확보에 고삐를 죈다. 장르소설 전문출판사 로크미디어를 인수했다. 2003년 설립된 로크미디어는 장르 콘텐츠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출판사다. 1200종 이상의 콘텐츠 판권, 700명 이상의 작가를 보유하고 있다. 웹소설계의 대표 흥행작 중 하나인 남희성 작가의 ‘달빛조각사' 등을 출판한 이력이 있다. 유럽과 아시아 등 12개국 지역 플랫폼에도 작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원스토어와 예스24가 함께 설립하는 ‘스튜디오 예스원' / 예스24
원스토어와 예스24가 함께 설립하는 ‘스튜디오 예스원' / 예스24
원스토어는 예스24와 함께 조인트벤처 ‘스튜디오 예스원'도 설립했다. 양사는 웹소설과 웹툰 전문 인력을 확보해 로맨스, 판타지, 무협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 자체 발굴한 IP를 강화해 굿즈, 출판,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예스24 관계자는 "자체 콘텐츠를 위한 별도의 유통 통로를 만드는 방안도 논의중이다"고 밝혔다.

게임 업계도 웹툰 신사업에 눈길을 준다. 게임사 조이시티는 자회사 ‘로드비웹툰'을 설립했다. 로드비웹툰은 스타와 신진 작가를 지원하는 전속 작가 프로그램, 웹툰 작가 지망생을 위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자체 제작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반기 출시할 ‘프로젝트M’을 게임과 웹툰으로 함께 출시해 시너지를 노린다.

스위트홈·킹덤 글로벌 흥행 … 원천 IP확보 경쟁 치열

기업이 웹툰·웹소설을 신사업으로 낙점한 이유는, 최근 스위트홈·승리호·킹덤 등 세계에서 흥행한 IP가 속속 등장해서다. IP를 확보해 영상을 포함한 2차, 3차 저작물로 확대하면 콘텐츠 간 흥행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넷플릭스 등 OTT는 한국 IP기반 콘텐츠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는 안정적 통로가 됐다.

다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IP관련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정교한 전략부터 먼저 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이 부문 양대 선두는 네이버와 카카오다. 두 기업은 공격적으로 웹소설과 웹툰 IP를 확보하려 움직인다.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굳힌 뒤, 해외 IP발굴에 한창이다.

네이버는 북미 등에서 9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웹소설 유통 서비스 ‘왓패드'를 인수했다. 웹소설-웹툰-영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강화한다. 카카오도 미국 웹소설 플랫폼 기업 래디쉬에 투자했다. 카카오엔터 합병을 통해 영상화 시스템도 정교화한다.

반면 후발주자들은 네이버, 카카오 등 선발주자를 넘어설 획기적인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

이들은 공동 창작 시스템, 신인 작가 발굴과 지원 시스템 등을 주로 내세운다. 하지만, 이들의 전략은 차별화라기보다는 답습에 가깝다. 사업 진출 초기임에도, 역량을 집중할 주력 콘텐츠마저 발표하지 않았다. 이 경우 이미 시장을 대부분 선점한 기존 기업을 제치고 나서기 어려워진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웹툰, 웹소설 업계는 오랫동안 성장하며 정교하게 분화됐다.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지가 웹소설 1위라고 하지만, 모든 웹소설 부문에서 1위가 아니다. 무협 소설은 문피아가, BL은 리디북스가 업계 1위다"고 말했다.

이어 "장르가 같은 웹툰, 웹소설이라 해도, 주제나 줄거리에 따라 갈래는 수백가지로 나뉜다. 독자 수요도 모두 다르다. 따라서 어떤 콘텐츠에 주력할지, 선두 기업과 어떤 방식으로 작가 발굴과 양성 지원을 할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