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1월 출범 이후 대(對)중국 강경 기조를 이어간다. 중국의 첨단 기술·IT 굴기에 제동을 걸기 위한 목적이다. 직간접적 영향권에 들어온 우리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IT 연관 산업은 위기이자 기회를 맞았다. 우리 기업의 중국 수출길이 막히는 불안요소가 있지만, 미 정부의 새로운 공급망 구축에 부합할 경우 경영 환경에 날개를 다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IT조선은 [바이든 시대 韓 IT] 시리즈 연재를 통해 바이든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춘 산업별 해법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바이든 행정부가 ICT기업 규제를 본격화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 반독점 정책을 총괄하는 ‘반독점 차르’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데다 빅테크 반대론자들을 영입하면서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 조 바이든 후보 홈페이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 조 바이든 후보 홈페이지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전부터 ICT 기업 규제 의지를 보였다. 또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지난달 리나 칸 콜롬비아대 교수를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으로 지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아마존 독점 문제를 분석한 논문으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앞서 국가경제위원회(NEC)에 합류한 팀 우 콜롬비아대 교수와 함께 빅테크 독점을 지적해왔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리나 칸과 팀 우 교수가 합류한 것은 민주당과 빅테크 사이의 동맹을 구축했던 버락 오바마 시대에서 벗어나 민주당 철학의 거대한 변화를 의미한다"며 "대대적인 규제 추진을 포함하는 제2막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반독점 규제가 민주당 기조이긴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시절과는 다르다는 평가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실리콘밸리 기업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것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규제 정책을 펼칠 전망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국제적인 추세가 반영돼 있다. 코로나19 이후 빅테크 기업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반독점 규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들 기업이 스타트업을 위협하는 등 시장 경쟁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미국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FTC)는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구글, 페이스북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는 역시 공격적인 법 집행으로 공정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미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규제 현황 및 파급영향’ 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및 민주당의 상·하원 장악, 최근 경쟁정책 철학의 변화 조짐 등으로 향후 반독점규제 관련 입법이 활발해질 전망이다"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노동 정책 기조도 빅테크 기업에 압박이 될 전망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수년간 미국 산업계에서 노조의 힘은 퇴색해 왔지만, 친 노조 성향의 조 바이든 후보가 대선에 당선된 것을 계기로 분위기가 바뀔 것이다"고 밝혔다.

실제 올해 초 구글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 가운데 최초 사례다. 아마존 역시 노조 설립을 추진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에 "앨라배마주를 포함해 미국 전역에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할지 투표하고 있다"며 "노조 설립은 고용자의 협박이나 위협 없이 진행돼야 할 중요한 선택이다"고 밝히며 아마존 직원들의 노조 결성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IT기업 규제를 추진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기업이 미국에 위협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폭넓은 규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를 압박한 것과 비슷한 움직임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압박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전 정부에 이어 치열한 패권 다툼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 규제는 세계적인 추세고 미국에서도 이전 정부부터 이어져 온 움직임이지만 새로운 IT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미중 간 갈등에서 플랫폼 기업을 견제하는 부분이 있다"며 "통상 분쟁이 결국 기술분쟁이라고 하는데 그 중심에 있는 게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와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플랫폼 기업이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