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인테리어 가전에서 맞붙는 LG전자를 의식한 광고를 내놓아 논란이다. 자사 2021년형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광고 영상에서 비슷한 시기 출시된 ‘LG 휘센 타워’ 에어컨을 저격하는 멘트로 LG전자를 자극한 것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광고가 허위 비방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비스포크(BESPOKE) 무풍에어컨 - 나의 무풍’편 광고 영상을 TV, 유튜브 등 SNS 채널에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3일 공개한 ‘비스포크(BESPOKE) 무풍에어컨 - 나의 무풍’편 광고 영상 / 삼성전자 유튜브
삼성전자가 3일 공개한 ‘비스포크(BESPOKE) 무풍에어컨 - 나의 무풍’편 광고 영상 / 삼성전자 유튜브
삼성전자는 이 영상에서 ‘난 누굴 따라하지 않아, 누가 나를 따라하면 모를까’, ‘비슷한 거 말고 진짜를 가져’라는 카피를 사용했다. 회사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거’라는 단어 선택만으로 LG 인테리어 가전 브랜드 오브제컬렉션을 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 소비자들은 LG 오브제컬렉션 제품이 삼성전자의 비스포크와 유사하다며 ‘비슷포크’라는 별명을 붙였다. 삼성전자도 이같은 분위기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상은 이틀만에 유튜브 조회 수 48만회를 달성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LG전자 저격이네’ ‘컬러감이 미쳤네요’ ‘멋진 광고다’ 등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광고 영상은 비스포크 디자인과 무풍 냉방 등 업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혁신기술에 대한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한 것이다"라며 "(LG전자 저격 의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마케팅부서가 LG전자를 저격하는 광고 카피를 활용해 자사 비스포크 무풍에어컨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한다.

삼성 비스포크 무풍클래식(위)과 LG 휘센 타워 제품 이미지 / 각사
삼성 비스포크 무풍클래식(위)과 LG 휘센 타워 제품 이미지 / 각사
삼성전자는 2019년 6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자유로운 조합이 가능한 모듈러 타입의 ‘비스포크 냉장고’를 처음 선보였다. 이후 전자레인지, 인덕션, 식기세척기, 상업용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제품에 비스포크 콘셉트를 적용했다. 비스포크 시리즈 누적 출하량은 100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LG전자는 이에 맞서 집안 인테리어와 제품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제품 재질과 색상을 직접 조합하는 프리미엄 제품군 오브제컬렉션을 2020년 10월 출시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LG 오브제컬렉션과 삼성 비스포크 시리즈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이 됐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디자인을 적용한 에어컨 신제품 ‘무풍클래식’을 1월 24일 출시했다. LG전자도 오브제컬렉션 감성을 더한 2021년형 LG 휘센 타워 에어컨을 1월 26일 내놨다. 가전업계는 양사 제품이 다양한 색상은 물론 직사각형 본체, 둥근 모양의 송풍구 등이 유사하다는 평가를 한 바 있다.

LG전자는 오브제컬렉션이 생활가전 전반에 적용하는 시리즈로 비스포크와 접근법이 다르다고 해명한다. 오히려 오브제컬렉션이 출시된 후 주방가전만 있던 비스포크에서 이를 따라해 상업용 에어컨 등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으로 확장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비슷포크라는 표현 조차도 경쟁사에서 의도적으로 조장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는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삼성 가전 광고나 보도자료에 경쟁사를 허위 비방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는데, 비스포크가 표방하는 개인 맞춤형 가전은 2018년 LG 오브제가 이미 제시한 콘셉트다"라며 "오히려 2020년 오브제컬렉션이 출시된 후 주방가전이던 비스포크가 생활가전으로 확대되고 색상도 파스텔톤이 됐다"고 설명했다.

양사의 팽팽한 기싸움은 무선청소기에서도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 무선청소기 비스포크 제트를 소개하면서 물걸레와 먼지 흡입을 동시에 진행했을 때 제품 위생 관리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LG전자의 물걸레 전용 흡입구인 ‘파워드라이브 물걸레’에 대해 저격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 관계자는 "과거 삼성은 코드제로 A9이 큰 성공을 거두자 뒤따라 출시한 ‘파워건’ 실패 후 제트를 다시 내놓을때 비슷한 허위 비방을 했었지만 재미를 보진 못했다"며 "심지어 A9S의 물걸레흡입구는 고객의 필요에 따라 진공흡입을 온오프할 수 있고 삼성은 처음부터 흡입기능 자체가 없는 것인데 그걸 모르고 잘못된 비방을 재탕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