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정부 주도로 반도체 수급난 해소에 나서는데,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이 2월 기록적 한파로 셧다운되는 등 어려움이 컸는데, 미 정부 주도 반도체 공급망 구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삼성의 신규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1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 향후 20년간 170억달러(19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혔다. 동시에 텍사스 주에 이에 상응하는 세제 혜택을 요구했다. 텍사스 주가 삼성전자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최장 20년간 10억달러(1조1200억원) 규모의 절세 혜택을 볼 수 있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전경 / 삼성전자
텍사스 주는 대기업 유치를 위해 최대 10년 간 세제 감면 혜택을 제공했다. 삼성은 기존보다 2배 긴 20년간의 세제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텍사스 주 간 협상은 최근 불어닥친 반도체 수급 불안정으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적 대응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는 7일(현지시각) 반도체 수급난 해소를 위해 상원이 반도체 관련 입법을 진행하며, 370억달러(41조4548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수급난 타개를 위한 노력이 가속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글로벌 반도체 수급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GM 등 관련 글로벌 기업을 백악관으로 초청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전자에 반도체 시설 증설을 촉구하고 이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내 자동차 업계 이외에 광대역 인터넷, 휴대폰과 케이블 TV 회사들도 반도체 수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백악관에 반도체 문제에 대해선 기술 중립적일 것을 요구했다.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은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반도체 공급망의 일차적 위험은 국내 제조 능력의 부족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생산의 75%가 아시아에서 이뤄지는 상황이다. 미국이 반도체를 원활히 수급하려면 아시아 반도체 제조사의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에 반도체장비(HS Code 854150)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Global Trade Atlas)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반도체장비 중 29.5%는 한국에서 받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반도체 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빠른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삼성 오스틴 공장의 세제 혜택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증폭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 입장에서는 세제 혜택이 클수록 좋겠지만, 미 정부가 더 나은 조건으로 협상안을 제시할지는 예측하기가 어렵다"면서도 "미국이 TSMC처럼 자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고 있는 만큼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삼성에도 비슷한 조건으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릴 것을 요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연주 인턴기자 yonj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