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vs 스타트업, 치열해지는 동네상권 경쟁

김형원 기자
입력 2021.04.11 06:00
스타트업과 ‘상생’을 강조하던 네이버가 스타트업 옥죄기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활반경 축소로 ‘하이퍼로컬(hyper Local)’사업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네이버의 공격을 받은 스타트업은 ‘동네생활정보'를 사업 핵심으로 앞세운 당근마켓이다. 동네슈퍼에서 문앞까지 신선식품을 배달하는 로마켓 등의 신생 플랫폼도 네이버와의 경쟁에서 피할길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근마켓을 공격하는 네이버 풍자 일러스트. / IT조선
최근 네이버는 동네 이웃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웃톡' 서비스를 신설했다. 이웃톡을 통해 동네사람들이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등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문제는 네이버의 ‘이웃톡’이 당근마켓의 ‘동네생활'과 서비스 구조와 내용면에서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당근마켓의 동네생활 역시 동네사람들끼리 서로 질문을 주고 받을 수 있고, 동네 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다.

네이버의 이웃톡과 당근마켓의 유사점은 지역기반 커뮤니티에 그치지 않는다. 이웃톡은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처럼 지역 주민간 중고거래 기능도 갖췄다. 당근마켓처럼 거래 당사자간 채팅도 가능하다.

네이버의 당근마켓 공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9년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베트남에서 중고거래 앱 ‘겟잇(get it)’을 선보이면서 당근마켓 사업구조와 이용자 인터페이스를 고스란히 카피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겟잇이 당근마켓을 그대로 베껴 만들었다"며 "메인 화면과 동네인증 화면, 동네 범위 설정, 프로필, 매너온도 등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베꼈다"고 성토한바 있다. 표절논란이 일었던 네이버 라인의 겟잇은 2020년 사업을 접었다.

네이버는 자신들이 국내 하이퍼로컬의 원조라고 주장한다. ‘맘까페’ 등 카페 기능으로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를 먼저 선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스타트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사람들에게 도구를 쥐어준 것과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결이 다른 예기라는 것이다.

또 다시 네이버의 공격을 받은 당근마켓은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당근마켓 한 관계자는 "네이버의 당근마켓 핵심사업 공격에 불편할 수 밖에 없다"며 "당근마켓은 스타트업 규모의 작은 회사지만 지난 수년간 지역 주민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유대감을 형성해왔다"며 "우리가 만들어온 서비스 가치와 문화는 네이버가 흉내내지 못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로마켓 앱. / 로마켓
네이버의 공격을 받는 하이퍼로컬 스타트업은 또 있다. 2015년 출범한 동네마트 장보기 플랫폼 ‘로마켓'이다.

로마켓은 동네 슈퍼마켓이나 전통시장 소상공인을 직접 연결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동네에서 바로 배달되기 때문에 30분쯤만에 신선식품이 도착하는 등 빠른배송이 최대 무기다.

로마켓은 2021년 1월 기준 가맹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53% 증가한 160개 매장을 확보했다. 가맹점들의 2020년 월평균 주문건수는 7000건이다. 전년 대비 월 주문건수는 167%, 월 재구매액 역시 178% 성장했다.

로마켓과 서로 대치되는 네이버 서비스는 ‘동네시장 장보기'다. 동네시장 소상공인과 상생을 목적으로 2018년부터 서비스되고 있다. 신선식품 위주로 수요가 높다. 중소벤처기업부까지 동원돼 해당 서비스를 홍보했다.

하이퍼로컬 사업 진출로 네이버가 논란의 도마에 오른 이유는 네이버가 스타트업과의 ‘상생'을 외쳐왔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2013년부터 스타트업과 중소 상공인과의 상생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벤처펀드와 컬처펀드 조성하는 등 스타트업 투자 지원 사업을 진행해 왔다. 2020년 7월 네이버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자상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자상한 기업은 스타트업·중소기업·소상공인과 공유하며 자발적으로 상생협력한 기업을 말한다. 자상한 기업 네이버가 공격적으로 나오니 스타트업 업체들 사이서 고운소리가 나올 수 없다.

네이버 등 대기업이 하이퍼로컬 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의 행동반경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중고거래와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넥스트도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2020년 50억달러(5조6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롯데그룹도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하이퍼로컬 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고거래 플랫폼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4조원대였던 시장 규모는 2020년 20조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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