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글로벌 플랫폼 스탁엑스가 최근 기업가치 4조원대를 기록한 가운데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한국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스탁엑스 진출로 국내 스니커즈 리셀 생태계가 자칫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스탁엑스 홈페이지 갈무리
/ 스탁엑스 홈페이지 갈무리
9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스탁엑스는 최근 자금 조달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38억달러(약 4조3000억원)로 평가받았다. 스탁엑스 기업가치는 지난해 12월 시리즈E 투자 유치 당시 28억달러(약 3조1000억원) 규모였으나 몇 달 새 1조원 이상 뛰었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을 이뤘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 상장할 전망이다.

스탁엑스는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 아시아 지역에선 일본, 홍콩에 이어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현재 국내 인력 채용을 진행 중이며 서울시 강남구에 사무실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탁엑스 관계자는 CNBC에 "우리는 글로벌 확장과 카테고리 다양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핵심 사업을 꾸준히 성장시킬 것이다"고 밝혔다.

스탁엑스가 한국에 직접 진출하는 이유는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탁엑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미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독일, 홍콩, 일본 등과 더불어 판매 상위권 국가를 차지했다. 한국 소비자의 지난해 스탁엑스 온라인 거래액은 2019년 대비 175% 성장했다.

문제는 한국의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이미 격전지라는 점에서 업계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 크림, 무신사 솔드아웃, KT 리플, 아웃오브스탁, 엑스엑스블루, 프로그 등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여러 플랫폼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도 이 시장을 공략한다. 백화점 업계도 리셀 오프라인 매장이나 스니커즈 편집숍을 유치하고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탁엑스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매물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강점이 국내 소비자들이 관세를 부담하면서까지 해외 플랫폼을 사용해 온 이유다"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이 서비스 차별화에 공을 들이는 만큼 점유율 확보가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수수료나 검수 방식이 관건이다. 현재 솔드아웃, 크림 등 다수 업체가 수수료 무료 이벤트로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또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이어간다. 일례로 네이버 크림은 지난달 20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인공지능(AI) 기반 정가품 판정 시스템 개발, 상품 확장 등에 나섰다.

또 리셀 문화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아웃오브스탁이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영등포점에 리셀 오프라인 매장을 연 데 이어 번개장터가 지난 2월 말 여의도 더현대서울에는 스니커즈 리셀 매장 BGZT랩(브그즈트랩)을 열었다. 제품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잘 공략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탁엑스가 초기 시장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가 좌우할 것 같다"며 "국내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차별화를 해야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갈 수 있을 거고 아니라면 글로벌 확장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스탁엑스 진출 자체가 한국 스니커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국내 업체들도 각자의 특색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시장 자체가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