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럴링크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실험을 인간의 두뇌에 확장하려는 계획이 윤리적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 뉴욕 주간지 옵저버는 13일(현지시각)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싱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원숭이 뇌에 칩을 이식한 실험에 대해 윤리학자의 반론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인지심리학자이자 철학자 수잔 슈나이더(Susan Schneider)는 인간의 뇌와 컴퓨터가 하나로 합쳐지는 일론 머스크의 디스토피아적 미래는 ‘인간의 마음을 위한 자살’이 될 것이라며 위험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머스크의 미래는 한층 진일보한 결과를 얻고 있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8월 돼지를 대상으로 뇌-기계 간 인터페이스 실험에 성공했다. 라이브로 진행된 시연에서 청중은 돼지머리에 이식된 칩을 통해 전달되는 돼지의 실시간 신경 신호를 볼 수 있었다. 최근엔 한 발 더 나아가 원숭이가 머리에 이식된 칩을 통해 기기 조작없이 비디오 게임을 하는 실험을 선보였다.

일론 머스크가 ‘마인드핑퐁' 원숭이를 소개했다. / 일론 머스크 트위터 갈무리
일론 머스크가 ‘마인드핑퐁' 원숭이를 소개했다. / 일론 머스크 트위터 갈무리
일론 머스크는 연구 결과에 흥분했지만, 뉴캐슬 대학의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 교수는 뉴럴링크와 유사한 최초의 기술 시연이 이미 발표 된 바 있다며 새롭지 않은 연구라고 지적했다.

2002년 국립의학도서관(National library of medicine)의 ‘움직임 신호의 즉각적인 신경 제어(Instant neural control of a movement signal)’ 자료에 따르면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화면에서 커서를 움직이게 한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또한, 이 기술은 신체가 마비된 사람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화면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움직임 신호의 즉각적인 신경 제어 자료 / 국립의학도서관 갈무리
‘움직임 신호의 즉각적인 신경 제어 자료 / 국립의학도서관 갈무리
이는 최근 뉴럴링크가 보여준 시연을 통해 일론 머스크가 하반신 마비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 것과 매우 유사하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의료 윤리 및 보건 정책 교수인 안나 웩슬러(Anna Wexler)는 최근 의학 전문지 STAT에 기고한 글에서 "원칙적으로, 원숭이(또는 인간)가 생각만으로 커서를 조정하는 것은 새롭지 않다"면서도 "뉴럴링크가 무선 시스템과 연동한 점과, 수많은 전극을 이식한 것에 성공한 것은 상당한 기술적 발전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과학자들은 뉴럴링크가 과학적으로 진일보한 성과를 낸 점에 대해선 인정했다. 머스크는 이식 가능한 뇌 칩이 언젠가 신경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궁극적으로 인간 지능과 기계 지능을 통합해 새로운 힘을 얻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윤리학자의 우려를 낳고 있다. 머스크의 회사가 기술 분야에서 성공하더라도 생각을 읽는 두뇌 장치를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인 측면 등 복잡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잔 슈나이더는 "움직임이나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뇌 칩을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대단히 기대되지만, 광범위한 사용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적절한 규정이 없으면 개인의 속 깊은 내면과 생체 데이터가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며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 이상을 발휘하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두뇌 칩을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환경 단체는 동물이 실험에 희생되고 있다고 점에 항의했다. 동물보호단체인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는 "신경 과학 실험에서 원숭이들은 끊임없이 목마름과 허기짐을 견디며 몇 시간 동안 화면을 응시하도록 강요받고 있다"며 "뉴럴링크와 비슷한 실험은 이전에도 여러 번 행해졌는데, 동물이 목숨을 건 희생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순명 기자 kidsfoca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