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레트로(Retro)’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1980년대 디자인과 감성을 담은 제품을 넘어 아예 1980년대 인기 제품이 부활해 날개 돋인듯 팔려나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업계는 레트로 컨셉 상품이 Z세대에게는 신선함을, 30~50대에는 추억을 안겨주는 등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KT&G는 1987년 등장해 지난 2011년 단종됐던 ‘88담배'를, 최근 ‘88 리턴즈'란 이름으로 부활시켜 제품을 기억하는 30~50세대 시선을 집중시킨 바 있다.

88 리턴즈. / KT&G
88 리턴즈. / KT&G
1988년 디자인과 감성을 고스란히 녹인 ‘88 리턴즈’는 3월말 출시 첫주 47만갑이 팔리는 등 성적을 냈다. 하루에 6만7000갑이 팔렸다는 계산이다. 이는 KT&G가 2020년 출시한 신제품들의 초기 판매량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KT&G에 따르면 88 담배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1987년 출시된 제품이다. 브랜드명 ‘88’은 대국민 공모와 심사를 거쳐 탄생됐다. 당시 전매청이었던 KT&G는 ‘새 담배 이름 공모’를 통해 이름을 결정했다. 첫 제품 출시 후 ‘88 골드’, ‘88 멘솔’을 선보였고 기존 ‘88’은 ‘88 라이트’로 이름을 바꿔 시장에 판매했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한정판처럼 사전 예약을 걸어놓거나, 보루 단위로 사 가는 소비자도 많았다"고 현장의 판매 분위기를 전했다.

16일 KT&G 한 관계자는 "88 리턴즈는 과거 추억을 떠올리게 해 소비자 관심이 뜨겁다"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88골드’, ‘88멘솔’, ‘도라지’ 등 추억의 제품을 재출시 해달라는 요청도 나오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88 서울올림픽 당시 단복과 클래식 트레이닝 셋업 운동복. / 프로스펙스
88 서울올림픽 당시 단복과 클래식 트레이닝 셋업 운동복. / 프로스펙스
국내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도 ‘88 서울올림픽' 컨셉의 운동복을 선보였다.

타임머신을 타고 1980년대 옷을 다시 가져온 듯한 운동복 ‘클래식 트레이닝 셋업’ 시리즈는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선수들이 착용했던 단복 디자인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태극기와 1988 자수 디테일을 등판에 적용해 1980년 복고 스타일 감성을 강조했다.

프로스펙스 한 관계자는 "1988 서울올림픽의 후원 브랜드였던 프로스펙스의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오리지널 라인의 아이덴티티를 부각하고자 해당 제품을 기획 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도 1980년대 복고풍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롯데푸드는 1987년 출시 당시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한 파스퇴르우유 930㎖를 선보였다. 가격도 한시적으로 10년전 가격인 2600원으로 낮췄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저온살균 우유인 파스퇴르의 전통을 강조하면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1980년대 레트로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맥심 커피믹스 레트로 에디션. / 동서식품
맥심 커피믹스 레트로 에디션. / 동서식품
동서식품도 1980년대 감성을 담은 ‘맥심 커피믹스 레트로 에디션’을 한정수량으로 판매했다. 레트로 에디션은 제품과 광고에 '있읍니다' 등 1980년대 맞춤법을 고스란히 사용해 레트로 감성을 살렸다.

유통업계는 레트로 컨셉 제품이 Z세대 사이서 인기가 높은 이유가 ‘참신함'과 ‘희소성'에 있다고 말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만 경험한 Z세대는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1980년대 아날로그 시대 문화에 참신함을 느낀다"며 "낡고 촌스러울 수 있는 과거 유산 속에서 매력과 가치를 발굴해 그 희소성을 즐기고 소비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레트로 컨셉 제품은 Z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30~50세대에게는 추억을 안겨주기 때문에 실적 측면에서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효과가 있다"며 모든 연령대에 걸쳐 레트로 마케팅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