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삼성 파운드리 전환 왜 취소했나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5.07 06:00
삼성전자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공장 신규 투자가 화성 극자외선(EUV) 전용 ‘V1’ 라인 전체를 파운드리 라인 구축 계획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화상회의’가 국내 반도체 생산 라인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화성 V1라인 중 상부 동편·서편과 하부 동편을 파운드리 라인으로 구축하는 공사를 마쳤다. 하부 서편 역시 파운드리 라인으로 전환이 유력했지만 4월 말 이같은 계획 대신 기존에 구축한 D램 생산 라인을 유지키로 했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D램 생산 라인 유지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삼성이 국내 파운드리 증설 계획을 일부 축소한 이유를 4월 12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 오스틴 등에 170억달러(19조원) 이상의 반도체 공장 신규 투자를 검토 중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주재로 열린 백악관 회의에 삼성전자 측 대표로 참석한 인물은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다. 삼성전자는 회의에서 미국 내 파운드리 설비 증설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감안하면 최 사장이 4월 말 화성 파운드리 라인 증설을 포함한 국내외 로드맵을 전면 수정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에 충분하다.

미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 주도권 확보와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자동차 업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3월에는 2조2500억달러(2542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500억달러(56조4500억원)에 달하는 반도체 산업 지원안을 공개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화성 파운드리 라인 증설을 취소한 정황은 경력 채용에서도 드러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SK하이닉스와 메이저 장비사 경력직을 대상으로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지만, 최종 합격 발표 전 해당 인력 상당수에게 탈락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EUV 공정을 파운드리 사업에 적용했다. 화성과 평택 공장에 이어 미 오스틴 공장에도 EUV 인프라 구축을 고심 중이다.

삼성은 1월 오스틴 공장에 향후 20년간 170억달러(19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혔지만, 이를 위해 기존보다 두배 긴 20년간의 세제 혜택을 텍사스주에 요구하고 있다. 텍사스주는 대기업 유치를 위해 최대 10년 간 세제 감면 혜택을 제공해왔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결단 이유를 단정할 수 없지만, 미국 내 파운드리 증설 계획 실행 시점이 가까워진 것과 연관지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대만 TSMC를 넘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 의지를 밝힌 삼성이 파운드리 증설에 소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 미국 파운드리 증설 여부는 화성, 평택 등 국내 파운드리 라인 규모 등 전체적인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결정될 수 있다"며 "화성 V1 라인 일부의 파운드리 전환 계획 취소가 맞다는 가정 하에, 미국 파운드리 증설 계획이 여기에 연관돼 있을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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