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과거 ‘국민차’로 불렸던 중형 세단 8세대 쏘나타(DN8)의 초반 부진 만회를 위해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센슈어스 디자인을 확대 적용했다. 혹평받은 디자인에서 탈피해 그나마 평가가 좋은 센슈어스로 디자인을 향상해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전 막판 승부수에 나섰다.

하지만 쏘나타 가격은 그랜저와 아반떼 사이로 책정되며 경쟁력 측면에서 저평가 받았다. 현대차가 센슈어스 적용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4월 21일 공개된 2021 쏘나타 센슈어스 외관 디자인 / 현대자동차
4월 21일 공개된 2021 쏘나타 센슈어스 외관 디자인 / 현대자동차
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4월 대규모 할인 행사로 쏘나타 재고 상당수를 소모했다. 쏘나타는 4월 21일 ‘2021 쏘나타 센슈어스’를 내놨고 부분변경도 내년쯤 진행될 전망인데 올해 2월까지만해도 재고가 7000대 이상 쌓여 처치곤란이었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3월에도 아산공장 생산라인을 중단할 정도였다.

4월 대대적인 행사는 이에 대응한 재고 정리였다. 현대차는 4월 쏘나타 구매시 기본할인 3%에 1월 이전과 2~3월 생산차량에 각각 6%와 4% 추가할인을 넣어 최대 9%할인을 제공했다. 변경전 쏘나타 2.0가솔린 트림 평균가인 2780만원이 2500만원으로 떨어진다.

현대차는 할인 혜택에 힘입어 쏘나타를 4월에 7068대가 판매했는데 2020년 동기대비 31.3%·3월 대비 13.4%늘었다. 7000대 이상 판매한 것은 작년 6월 이후 9개월만에 처음이다. 5월에는 쏘나타 출고가 할인 없이 할부 혜택만 제공한다. 재고 소진을 마친데다 새로 선보인 ‘2021 쏘나타 센슈어스’로 만팍 승부수를 걸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현대차 한 관계자는 "4월에 급상승한 판매는 3% 기본 혜택을 포함한 할인 행사가 큰 효과를 봤던 것 같다"며 "센슈어스 중 일부는 4월 판매량에 포함된 것 같지만 아직 정확한 비율이나 기존 8세대 쏘나타와 분리해 판매대수를 파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2021 쏘나타 센슈어스는 기존 일반 모델로 분류된 2.0L 가솔린 모델에 센슈어스 디자인을 확대 적용해 쏘나타 이름을 통일했다. 센슈어스는 쏘나타 8세대 중 1.6L 가솔린 터보모델에 사용됐던 펫네임(추가명칭)인데, 센슈어스와 일반 모델은 그릴 등 디자인이 다르다. ‘메기’란 악평의 일반 모델보다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 그릴의 센슈어스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쏘나타 센슈어스의 그릴 디자인(왼쪽)과 일반 쏘나타 모델의 라디에이터 그릴 모습 / 현대자동차
쏘나타 센슈어스의 그릴 디자인(왼쪽)과 일반 쏘나타 모델의 라디에이터 그릴 모습 / 현대자동차
센슈어스 디자인의 확대 적용은 긍정적지만, 가격경쟁력은 더 아쉬워졌다. 8세대 쏘나타의 디자인 외 문제는 그랜저와 큰 차이 없는 가격이다. 그랜저는 쏘나타보다 고급차로 인식되고 차급도 준대형으로 더 높다.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 사이에서 이런 가격차면 그랜저를 사겠다는 인식이 많았고, 실제 8세대 쏘나타의 판매부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8세대 쏘나타 최대 전장은 4900㎜로 4990㎜인 그랜저와 고작 90㎜차이다. 가격의 경우 그랜저 최하위 트림인 ‘프리미엄’은 3355만원인데 8세대 쏘나타 센슈어스 최상위 트림 ‘인스퍼레이션’은 3380만원이다. 83만원 상당 옵션으로 빠진 1.6L 가솔린 엔진까지 합하면 3463만원까지 올라가는데, 트림수는 기존 5개에서 3개로 줄어 선택폭은 오히려 줄었다.

준대형 세단으로 호평을 받은 기아 K8의 등장으로 K5·그랜저에 이어 쏘나타의 새로운 경쟁자가 추가됐다. K8의 최하위 트림인 ‘노블레스 라이트’는 3340만원이며 중급인 ‘노블레스’는 3575만원으로 인스퍼레이션과 큰 차이가 없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쏘나타는 세단 시장에서 중형차이자 가장 경제적인 자동차로 허리 역할을 해왔던 모델이다"라며 "그랜저와 가격접점으로 인해 소비자 일부를 빼앗기는 만큼, 내년쯤 부분변경으로 앞뒤 디자인을 전체적으로 변경하면서 가격조정도 진행해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