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韓 픽업트럭, 외산 '독식'은 막자

이민우 기자
입력 2021.05.12 06:00
쌍용자동차가 기나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HAAH 오토모티브와 에디슨 모터스 등 국내외 기업이 결합한 컨소시엄 측이 인수할 의사를 보였지만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사측과 노조측의 기나긴 분쟁과 전동화 시대에 맞추지 못한 포트폴리오가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쌍용차의 법정관리는 최근 차박·캠핑붐 여파로 레저용 차량의 인기가 높은 가운데 나온 악재다. 쌍용차는 티볼리나 렉스턴 스포츠 등 개성이 뚜렷한 SUV와 픽업트럭 등으로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법정관리에 따라 이제 꽃피기 시작한 픽업트럭 분야에서 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들 역시 쌍용차를 선택지에 올리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손해다.

쌍용차는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1990년 포니픽업 단종 후 국내 완성차 기업 중 픽업트럭을 제대로 생산한 기업은 쌍용차가 유일했다. 현대에서 최근 소형 픽업트럭인 싼타크루즈를 출시했지만, 미국 시장을 위한 전략 모델이다. 한국에서 판매한다 하더라도 적재함과 차체가 분리돼 있지 않아 국내 법규상 화물차로 인정받지 못한다. 생산라인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있다. 한미 FTA로 인한 관세(한국산 픽업트럭의 미국 수출시 25%관세 적용 2041년까지 유지)를 피하기 위한 조치 때문이다.

기아는 2022년 출시 목표로 모하비 기반 픽업트럭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있었지만, 2019년 이후 관련 정보는 나오지 않는다. 최근 전동화 흐름에 따라 기아를 비롯한 완성차 기업이 전기차 개발에 골몰하는 만큼, 기아도 2030년 이후 한계가 뚜렷할 모하비 픽업트럭에 큰 여력을 쏟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스포티지나 셀토스 등 SUV 포트폴리오가 뚜렷한 기아 입장에서는 인기 SUV모델의 전기차 전환이나 전기차 브랜드 EV 후속작 개발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다른 국산 완성차 기업의 픽업트럭 포트폴리오도 없다. 한국 시장을 외산 완성차 기업에 고스란히 내줄 판이다. 쉐보레의 콜로라도는 2019년 국내 정식 수입됐고, 픽업트럭 본고장 미국의 명가 포드는 뉴 포드 레인저를 출시하며 픽업트럭 시장 공략에 나섰다. 포드와 쉐보레의 픽업트럭 가격은 쌍용 렉스턴 스포츠(2800만원 내외) 대비 비싼 3800만원 이상이지만, 픽업트럭은 자동차세 등 세금혜택을 받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구매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는 픽업트럭 시장에서 외산 픽업트럭에 맞서는 유일한 토종 기업이지만, 법정관리 여파로 향후 시장에서 힘을 쓰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쌍용차가 조속히 정상화되는 것이 좋겠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 안방 시장을 외산에 다 내줄 판이다.

차박과 캠핑 등은 시대적 조류다. 쌍용차 법정관리에 대한 아쉬움도 크지만,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현대차 등 다른 국산 완성차 기업의 픽업트럭 개발과 노력도 필요하다. 패밀리카 시대 도로와 들판을 누비는 한국산 픽업트럭이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