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존 갈림길 선 신세계·롯데

김형원 기자
입력 2021.05.13 06:00
쿠팡의 거침없는 성장세에 신세계·롯데 등 전통 유통강자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강점인 오프라인 물류 인프라와 노하우를 살려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쿠팡을 견제하는 모양새다.

쿠팡은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전후로 그야말로 ‘미친 성장률'을 보였다. 2020년 쿠팡 성장률은 매출 기준 91%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아마존(38%)이나 알리바바(30%)와 비교해 주목할만한 성적이다.

쿠팡의 급성장은 기존 e커머스 업체간 합종연횡을 가속화한다. 신세계그룹을 중심으로 ‘반 쿠팡연대'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SSG닷컴은 네이버와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용인·김포 등에 대형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두는 등 신선식품과 새벽배송을 강화했다. 11번가는 SSG와 함께 그동안 어려움을 겪던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마켓컬리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수도권에 한정됐던 새벽배송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네이버도 물류 확대를 위해 CJ대한통운과 협력한다. 이들 모두 쿠팡의 최대 장점인 ‘로켓배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신세계·롯데 등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전통 유통강자들은 쿠팡에 이길 수 있는 아이템이 ‘신선식품'이라 판단했다. 일반 공산품 시장의 경우는 쿠팡 역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신선식품에 있어서 만큼은 오프라인 물류 인프라와 인력,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물류 사고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분야로, 관리를 위한 오프라인 물류 인프라와 대량의 인력, 관리 노하우 등이 필요하다"며 "최근 쿠팡이 물류센터와 인력을 크게 늘리는 이유도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쿠팡이 쉽사리 따라가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SSG닷컴은 최근 신세계그룹의 슈퍼마켓 ‘SSG푸드마켓’ 대표 상품 450종을 선별해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SSG 1++ 한우’ 필두로 프리미엄 신선식품 220종을 앞세웠다. 신선식품 특화 물류센터인 ‘네오(NE.O)’에 입고시켜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새벽배송한다.

SSG닷컴은 2020년 1월 ‘백화점 식품관’을 열며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한 ‘국내 5대 백화점’에서 취급하는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새벽배송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하나로 이마트 미트센터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하던 프리미엄 브랜드 한우와 한돈 상품도 새벽배송 상품으로 판매 중이다.

롯데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부사장 체제 출범 후 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 개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롯데쇼핑은 당장 롯데마트가 갖춘 신선식품 경쟁력을 롯데온에 접목시킨다는 계획이다. 마트와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 시너지 강화로 충성 고객을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쿠팡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콜드체인 확보 등 유통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라북도·경상남도에 이어 최근 청주시·충북경제자유구역에 총 4000억원을 투자해 28.4만 제곱미터 규모 물류센터를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인력 5만명을 신규 고용하는 등 2025년까지 삼성전자와 맞먹는 10만명 규모로 임직원 수를 늘린다. 쿠팡 역시 오프라인 인프라와 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신세계·롯데 등 전통유통강자와 맞대결을 펼칠 계획을 대외에 선언한 셈이다.

신세계와 롯데그룹은 한국 유통업계 맡형이다. 다양한 노하우와 강한 체력을 가졌다. 하지만 자본으로 치고 들어오는 쿠팡과 같은 기업과의 경쟁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일본을 대표하는 100년기업 도시바도 영국계 사모펀드에 팔릴 운명에 놓였고, 글로벌 1위를 달리던 노키아 휴대폰은 역사 속으로 거의 사라졌다. 한번 강자였다고 해서 영원한 강자가 될 수 없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쿠팡의 공세를 받는 신세계와 롯데그룹 역시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을 맞았다. 신선식품 분야 경쟁력이 크다고는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변화무쌍한 소비자 니즈와 트렌드에 맞춰 발빠르게 변화하지 않는 한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 쿠팡이 쏘아올린 유통 혁신의 최대 전환점은 바로 지금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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