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핀테크 활성화를 골자로 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을 추진하자 은행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가 금융권 규제를 피하면서도 다양한 금융서비스는 제공할 수 있게 돼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반면 핀테크 업계는 은행권 고유의 예금·대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니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맞선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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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금법 개정안에 따른 핀테크 업체의 기대감과 은행권의 반발이 교차하고 있다. 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를 통해 비금융회사가 계좌 개설을 통해 결제나 이체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두고 은행권과 핀테크 업체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은행권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 적용하라"

은행권은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로 핀테크 기업이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규제는 피할 수 있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합지급결제업자는 이용자에게 계좌를 개설해 주는 방법으로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 등을 이용하는 전자자금이체업무를 할 수 있다. 이외에 외국환업무, 본인신용정보관리업, 후불결제업무 등을 겸영할 수 있도록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종합지급결제업자가 자체적으로 계좌를 발급하기 때문에 계좌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대부분 가능하고 이체·결제한도도 높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금융회사와 유사하다"며 "그런데도 이들은 법적으로 금융회사가 아닌 것으로 규정됐기 때문에 형평성과 금융시장 안정성,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핀테크에 후불결제 기능을 부여한 것도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금결제업자(종합지급결제업자 포함)도 후불결제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별 한도는 최대 30만원, 사업자 한도는 직전 분기 총 결제 규모의 최대 50%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후불결제의 개인별 한도가 30만원이라고는 하나 인당 개수(회사 수)나 총한도 제한이 없기 때문에 현재 영업중인 선불·직불업자 87개에 모두 후불결제서비스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2610만원에 달해 그 규모가 상당하다"며 "전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기자본 10억원인 대금결제업에 대한 라이선스만 획득하면 후불결제사업을 할 수 있으므로 현재보다 사업자수가 대폭 증가해 이용자의 다중채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 수나 총액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핀테크 "예금과 대출 업무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동일서비스 아냐"

핀테크 업계는 종합지급결제업자의 경우 예금과 대출 업무를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과 동일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은 "종합지급결제업자는 은행업무 중 내국환 업무만을 수행하는 사업자로서 이용자예탁금 전액을 은행에 예치·신탁하고 대출재원으로 사용할 수 없어 신용창출이 가능한 예금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며 "금융 중개 기능이 없고, 자금 운용이 불가능해 신용창출 기능이 없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의 '이체서비스' 자체를 은행업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주장은 엄연히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자는 점에서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일반 전금업자 대비 강화된 건전성과 이용자 보호 규제, 금융회사 수준의 신원확인과 보이스피싱 규제 등을 받고, 자기자본도 200억 수준으로 높게 설정돼 있다"며 "오히려 동일규제 원칙을 종합지급결제사업자에 적용하려면 '동일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추가적인 서비스를 허용해야 한다는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장 사무처장은 소액후불결제에 관해서도 "재화 및 용역에 대한 대가로서 결제의 보조적 수단으로서만 기능하고 이자수취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출과는 완전히 다른 서비스다"라며 "오히려 후불결제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보다는 통신과금서비스를 대체하면서 온라인몰 입점업체인 소상공인을 선정산을 통해 보호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으므로 분쟁을 하루빨리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민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기존에 없는 서비스를 제공해 금융 소비자의 편의를 증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플레이어의 등장은 반길만한 일이며 국제적인 흐름도 핀테크 활용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전금법 취지는 긍정적이다"라며 "은행권은 금융소비자와 대면할 수 있는 고유의 역량을 강화해 신뢰를 키워나가는 방식으로 변화를 수용해 소비자의 금융주치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