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뜨자 콘텐츠 업계가 빅데이터에 꽂혔다. 빅 데이터는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를 아우르는 의미로 쓰이며, 학습을 통해 업그레이드 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핵심 재료다.

콘텐츠 업계는 고객 맞춤형 마케팅과 콘텐츠 개발을 경쟁력으로 검토하는 만큼,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발빠르게 도입 중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영화 업계와 통신사가 데이터 협력을 위해 손을 잡았다.

미디어 콘텐츠 이미지 / 픽사베이
미디어 콘텐츠 이미지 / 픽사베이
3월 ‘미디어 데이터 얼라이언스’를 출범한 LG유플러스는 상반기 중으로 얼라이언스 참여사인 LG헬로비전, CJ CGV, KDX 등과 함께 상호간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데이터 활용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다. 해당 플랫폼을 활용한 유료 상품은 연내 출시된다.

참여사들은 고객이 소비하는 미디어/콘텐츠 서비스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미디어/콘텐츠 데이터 레이크’로 구축 중이다. CJ CGV가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 LG유플러스/LG헬로비전의 실시간 프로그램과 VOD 시청이력 등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모아 콘텐츠 소비행태를 분석하는 ‘미디어 인사이트 플랫폼’을 만든다.

해당 플랫폼이 완성되면 ▲협력사들은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를 한국데이터거래소(KDX)를 통해 시장에 공급하고, ▲나아가 미디어데이터를 활용한 구독형 서비스, 공동 마케팅 대행 등 신사업 기회를 발굴할 예정이다. 또한 ▲콘텐츠의 영상, 음성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영화관람과 TV 시청률 등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등 데이터 활용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콘텐츠 업체의 빅데이터 기반 플랫폼 제작 움직임은 해외에서도 활발히 펼쳐진다. 영화 배급 업계가 택한 승부수는 ‘빅데이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너브라더스는 클라우드 기반 고객관계관리(CRM) 전문기업 세일즈포스와 함께 ‘데이터 기반 마케팅 환경’을 구축했다. 전세계 모든 국가와 마케팅 채널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는 물론, 유관 사업부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고객 행동, 매출 등)를 통합해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워너브라더스가 세일즈포스를 활용해 구축한 사이트의 UI 모습 / 세일즈포스
워너브라더스가 세일즈포스를 활용해 구축한 사이트의 UI 모습 / 세일즈포스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수많은 채널을 통해 연간 20편에 달하는 콘텐츠를 출시하던 워너브라더스는 마케팅 광고 캠페인에 대한 투자수익률(ROI) 추적이 어려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케팅 부문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2018년부터 세일즈포스와 협력해 온 워너브라더스는 새로운 캠페인 기획에 앞서 ROI 기반 의사결정을 한다. 데이터 통합 및 현황과 결과 데이터의 가시화를 통해 캠페인 성공 확률을 높였다.

콧대 높은 할리우드도 결국은 디지털 전환 통해 넷플릭스 견제

할리우드 내에서 디지털 전환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최근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랩은 세일즈포스를 최첨단 영화 제작을 위한 파트너로 선정했다. 세일즈포스에 따르면 디즈니 스튜디오랩은 세일즈포스 커스터머 360 플랫폼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콘텐츠 제작 및 마케팅 관리에 최적화된 디지털 기반의 워크플로우 개발과 직원들의 협업 환경 등을 지원하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콘텐츠 기획과 제작은 결국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DVD 대여 업체로 출발했던 넷플릭스는 파격적인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넷플릭스의 초기 흥행작 ‘하우스 오브 카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콘텐츠 기획과 제작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영국 BBC에서 제작된 TV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넷플릭스는 제작 과정에서 전문적인 데이터 마이닝 과정을 통해 관객을 분석하고, 시청자가 좋아 할만한 감독이나 배우들을 섭외했다. 넷플릭스는 지금도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서비스에 적극 활용 중이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강자로 우뚝 서기 전 할리우드는 빅데이터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영화를 예술장르로 보고 논리적인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적용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투자와 배급 을 넘어 배우와 감독 캐스팅 등 작품 제작에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토종 OTT 왓챠도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성장한 사례다. 왓챠의 추천 서비스는 가입 시 꼭 해야 하는 영화들의 별점을 통해 가입자들이 선호하는 영화들을 분석 수집한 후 데이터 마이닝을 한다.

왓챠가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통해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분석하고, 이 사람들끼리 선호하는 감독과 배우들까지 공유해준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