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데이터과학(Data Science·DS) 시대의 도래는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에 우리나라 대학들이 AI 분야와 Data 분야를 교육과정에 도입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적절하다. 미국 대학들이 201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700여 개의 학사, 석사, 박사 교육과정에 AI와 Data 전공을 설치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그 규모가 부족하지만 정부가 2020년부터 12개 대학을 선발하여 각 대학에 매년 20억 원 정도의 지원금을 9년에 걸쳐서 투입하면서 AI 대학원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차제에 우리가 되짚어봐야 할 점도 분명히 있다.

국내의 AI와 DS 대학원은 2년제 정규 석사과정과 4~5년이 걸리는 박사과정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이런 구조는 기존의 대학원 체계와 큰 차이가 없다. 예컨대 AI 분야가 컴퓨터공학과의 일부분이었던 과거와 비교할 때, AI 단독 대학원이 되어서 대학원생 수가 좀 더 늘어나는 것 이외에 학사운영상 별 차이가 없다.

국내 12개의 AI 대학원과 DS 대학원에 입학하는 신규 석사과정 학생은 400명 내외일 것이고, 그나마 2년이 지나야 이 학생들이 산업체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국내 AI와 Data 필요인력의 질과 수의 긴박함을 고려하면 사실상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사구조 이외에 교과과정에 관해서도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지금 국내 대부분의 기업체가 기대하는 것은 AI와 Data를 능숙하게 처리하고 응용할 줄 아는 인재들의 유입인데, 대부분의 AI 대학원과 DS 대학원들이 배출하는 인력이 이러한 산업계의 기대와 수요에 부합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과거 일반대학원의 컴퓨터공학과에서 AI와 Data를 이론적으로 연구한 학생들에게 학위를 주는 교육과정 시스템을 크게 탈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AI 대학원은 산업계가 요구하는 AI를 응용하는 즉, ‘Applying AI’를 하는 엔지니어를 대량으로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교과과정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AI를 연구 발전시키는 ‘Doing AI’에 주안점을 두는 교과과정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 대학의 경우, 700여 개의 AI와 Data 교육과정 중 약 40% 이상이 온라인으로 개설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이 과정들은 기업체의 기존 엔지니어들을 짧은 기간인 6개월에서 1년 동안 교육을 시켜 AI와 Data를 능숙하게 구사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온라인 과정이기 때문에 시‧공간적 제약 없이 대규모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다.

우리도 AI와 DS 대학원의 학사구조와 교과과정을 혁신해야 한다. 학문 후속세대인 석사와 박사를 배출하는 것이 학문기관으로서의 대학의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AI와 DS 전문가를 대량으로 양성하는 것은 국가적인 책무다. 치열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최전선에서 활약할 인재들인 AI와 DS 전문가의 양성은 기존 업무(domain knowledge)에 능숙한 엔지니어들을 "대규모로 단기간에 AI와 Data 분야를 재교육" 함으로써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신생 AI 대학원과 DS 대학원이 해야 할 역사적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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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삼성전자반도체부문 AI와 Data과정 주임교수) hjk@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