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은 개인정보 보호와 사용자 자유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 글로벌 기업이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회사 방침은 정반대다. 비중이 큰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양사가 기업 정체성을 버리고 친중 노선을 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 프라이버시 보호=애플 정체성’ 강조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에 가장 엄격한 IT기업 중 하나다. 이용자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전면으로 강조하며 마케팅해왔다. 2014년에는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철저한 개인정보 보호를 약속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약속’이라는 글에서 "애플은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광고주에게 팔지 않는다"며 "고객 정보를 요청할 때는 용도를 알려 승인을 얻겠다"고 선언했다.

팀 쿡 애플 CEO / 조선DB
팀 쿡 애플 CEO / 조선DB
애플은 국가안보가 걸린 문제에서도 ‘개인정보 보호’라는 가치만큼은 끔찍히 지켰다.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무슬림 부부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14명이 숨지는 일이 있었다. 부부는 아이폰을 사용했고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은 애플 측에 아이폰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기술을 연방수사국(FBI)에 제공하라고 했다. 하지만 애플은 완강히 거부했다.

팀 쿡 애플 CEO는 "고객 보안을 위협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어 거부한다"고 밝혔다.

4월 배포한 애플 소프트웨어 운영체제 iOS 14.5는 진일보한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보여준다. iOS 14.5의 핵심은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이다. 앱이 사용자 데이터를 추적하려면 반드시 이용자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사용자는 설정에서 어떤 앱이 추적 허가를 요청했는지 확인하고 허가 여부를 변경할 수 있다. 사용자에게 개인정보 통제권을 부여한 셈이다.

광고 기반인 사용기록·데이터 추적 막는 구글

구글도 개인정보 보호 방침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구글은 쿠키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쿠키는 사이트 방문 시 기기에 저장되는 이용 기록 등 임시 파일을 말한다. 주로 맞춤 광고에 쓰인다.

3월에는 2022년부터 개인 인터넷 사용 기록을 추적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구글은 자사 블로그에 올린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한 웹으로 나아가기 위한 계획'이라는 글에서 "쿠키 단계적 폐지는 물론 인터넷 이용 기록 추적 기술을 개발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구글이 사용자의 개인정보, 검색 기록 등을 기반으로 한 맞춤 광고로 디지털 광고 시장을 장악해온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행보다.

18~20일(현지시각)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 ‘구글 I/O 2021’에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 운영체제 안드로이드12를 공개했다. 안드로이드12에는 ‘프라이버시 대시보드’ 기능이 생겼다. 대시보드는 어떤 앱이 무슨 데이터에 어느 빈도로 접근하는지 알려준다. 사용자는 대시보드에서 앱 접근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

업데이트되는 안드로이드12 모습 / 구글
업데이트되는 안드로이드12 모습 / 구글
앱에 제공할 정보 범위도 설정할 수 있다. 배달 앱에는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전달하지만 날씨 앱에는 대략적인 위치만 제공하는 식이다.

거대 중국 시장 앞에선 굴복

하지만 애플과 구글은 중국 시장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글로벌 개인정보보호 정책과 달리 상당부분 중국 측에 양보하는 자세를 취했다.

1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중국 애플 데이터 센터 내 고객 데이터 법적 소유권이 중국 정부 소유 기업이 갖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2017년부터 시행한 사이버보안법에 따른 조치다.

애플은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아이클라우드에 고객 데이터를 암호화해 보관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압박에 데이터에 대한 법적 소유권부터 암호화된 데이터를 풀 수 있는 디지털키까지 중국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중국에서의 앱 검열도 서슴치 않고 진행했다. 3월 중국 신장 위구르 인권탄압에 비판 성명을 낸 글로벌 SPA 브랜드 H&M의 중국 매장정보를 애플 지도에서 삭제했다.

애플지도에서 H&M 중국 매장이 검색되지 않는 점을 고발한 트윗 / 트위터 갈무리
애플지도에서 H&M 중국 매장이 검색되지 않는 점을 고발한 트윗 / 트위터 갈무리
애플은 2019년 홍콩의 민주화 시위 당시 홍콩 시위에 우호적인 뉴스를 보도한 앱 '쿼츠', '홍콩맵라이브' 등을 앱스토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홍콩맵라이브는 시위 정보 공유 서비스로 시위대는 이를 이용해 경찰의 위치와 진압작전 현황을 파악하곤 했다. 애플은 중국 관영매체인 인민일보가 애플이 홍콩 시위자를 호위하고 있다고 비판한 후 해당 앱을 삭제했다.

구글 역시 홍콩 민주화 시위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 홍콩 시위 참여 서비스 앱인 '우리 시대의 혁명'을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했다.

구글은 중국 시장 영향력 확대를 위해 개인정보 보호 정책도 변경했다. 2017년 구글은 중국 정부의 검열 기준에 따라 검색엔진을 개발하는 ‘드래곤 플라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드래곤 플라이는 중국 정부 검열을 허용하고 중국 시민 개인 신상 정보, 행동 패턴을 수집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2018년 구글이 개인정보를 중국 당국에 제공하는 데에 동의했다는 내용이 알려졌고, 미국 내에서 상당한 파장이 발생했다. 결국 드래곤 플라이 개발은 중단됐다.

애플과 구글은 중국 정부에 굴복하거나 협력했다는 정황에도 부인을 한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중국에 진출할 계획은 없다"며 "중국 정부와 협력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애플 대변인 역시 "중국에서도 높은 암호화 기술로 고객 데이터를 보호한다"면서도 정보 제공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박영선 인턴기자 0s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