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해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했던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 성취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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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에 따르면 네이버는 자사가 투자했던 기술 관련 스타트업의 자산가치를 0으로 평가했다. 투자한 기업들의 미래가치가 장부가격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투자한 만큼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네이버는 "손실이 계속 누적되면서 회수 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미달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큐브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2016년 ‘실리콘큐브’에 17억원쯤을 투자하고 지분 41.89%를 보유했다. 실리콘큐브는 차세대 웹기술인 웹 리얼 타임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해 안드로이드 기반 다자간 영상 통화가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당시 네이버는 개인간(P2P) 비디오 영상 통화에 관심을 갖고 투자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영업손실이 지속되면서 투자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액시즈도 결손 누적이 이어지면서 자산가치 평가액은 0원이다. 액시즈는 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으로 네이버가 28.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설립 한 달 만에 스노우와 네이버웹툰에서 투자 전 기업가치(프래밸류) 50억원, 투자 후 기업가치(포스트밸류) 80억원으로 총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에 이 회사의 장부가치는 23억원으로 평가됐지만 2019년 결손 누적으로 지분법 적용이 중지됐다.

네이버가 전격 인수까지 했던 스타트업이 청산 절차를 밟은 경우도 있다. 컴패니에이아이와 브렉스랩 등이다.

컴패니에이아이는 머신러닝 원천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으로, 쇼핑, 커머스 검색 과정에서 사용자 기호에 최적화된 작품을 예측해 추천하는 챗봇(채팅로봇)을 개발해 왔다. 네이버 기술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D2SF)가 발굴 투자(약 20억원) 후 2017년 인수까지 이룬 첫 사례지만 올해 1분기 청산 및 폐업했다.

브렉스랩은 증강현실을 활용한 콘텐츠 및 메시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네이버는 자회사인 스노우를 통해 이 회사를 인수한 후 폐업처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한 기업이 연이은 손실을 기록할 경우 인수합병하며 폐업을 했을 수 있다"며 "이 외에도 특허권과 일부 사업권만 가져오기 위해 인수 후 폐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