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에서 심혈을 기울인 준대형 세단 K8이 5월 6000대 가까이 팔렸다. 같은 현대자동차 그룹의 라이벌 차종인 그랜저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랜저는 쏘나타를 제치고 국산 승용차 시장을 장악하며 새로운 ‘국민차’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데, K8은 4월 출시 직후 호평에 이어 5월 호실적을 거두며 국민차 타이틀을 노린다.

2021년 출시 직후 현대차 그랜저의 대항마로 부상한 기아 K8 / 이민우 기자
2021년 출시 직후 현대차 그랜저의 대항마로 부상한 기아 K8 / 이민우 기자
2일 현대차와 기아의 5월 차종별 판매실적 자료에 따르면, 기아 K8은 총 5565대를 판매했다. 이전 모델이었던 K7이 2020년 같은 달 판매됐던 수량과 비교하면 27.4% 늘었다. 차량이 처음 나온 4월과 비교하면 10%이상 수량이 증가했다.

K8은 기대이상의 정숙성과 디자인 등으로 호평을 받았고, 그랜저 일변도의 국산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경쟁 차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랜저와 국산 준대형 시장 ‘국민차’ 타이틀을 놓고 경쟁에 돌입한 셈이다.

K8은 4월 8일부터 판매된 만큼 해당 월 판매량과 그랜저 간 비교를 하기는 어렵다. 4월 K8 판매량은 그랜저의 절반 수준 쯤이다. 하지만 5월에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랜저의 5월 판매량은 7802대로 K8과 비교해 2237대로 확 줄었다. 전년 동기 그랜저 판매량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은 41.8% 줄었다. 그랜저의 주요 수요층인 40~50대 중 일부가 신차인 K8을 선택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6월에도 K8의 판매증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 영업 일선에 따르면, 상당수 계약자가 인도계약을 진행중인 상태다. 당초 계약자가 몰리면서 인도가 어렵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반도체 문제로 생산 제약된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옵션을 뺀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할 경우 고객 인도에 큰 문제는 없다. 2.5 가솔린 모델은 빠르면 1개월안에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K8의 추격을 의식한 듯 6월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내걸고 차량 판매에 나섰다. 2020년 생산일자 차량에 한해 5% 할인과 2.5% 저금리 혜택을 제시했다. 5월에 내걸었던 3% 할인과 2.5% 저금리 혜택과 비교해 할인폭이 더 크다. 평균 3500만원쯤인 그랜저 차량의 가격을 고려할 때 차량 구매 가격이 200만원 가까이 줄어든다.

그랜저는 8세대 모델 출시 이후 소비자 외면을 받은 중형세단 쏘나타의 ‘국민차’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다. 쏘나타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가격과 ‘성공’의 이미지를 브랜드화한 그랜저의 전략이 먹혔다는 것이 업계 평가였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그랜저의 경우 쏘나타의 위치를 대체해 국내 세단시장에서 허리역할을 하는 모델로 다음 세대변경에서는 디자인과 전체적인 성능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K8이 업그레이드와 신차효과를 보고 있는만큼 호불호 갈린 전면부 디자인 변경을 고려하는 등의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