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그래픽카드 가격이 빠르게 이전 모습을 되찾고 있다. 암호화폐 채굴 성능을 제한한 신제품들이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게 출시되면서 전반적인 그래픽카드 유통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조립PC 구매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슬슬 정상화됨에 따라 그동안 주춤했던 인텔 11세대 및 AMD 4세대 기반 최신 조립PC의 신규 구매도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텔 11세대 프로세서 제품 패키지 / 인텔
인텔 11세대 프로세서 제품 패키지 / 인텔
그중에서, 인텔 11세대 프로세서로 고성능 게이밍 PC를 구매할 경우 한가지 알아둘 것이 있다. 이번 세대에서는 최상위 프로세서인 코어 i9 시리즈 대신, 한 단계 아래인 코어 i7 시리즈 프로세서가 여러모로 더 유리하다는 점이다.

코어 i9 시리즈 프로세서는 인텔의 개인용 CPU 중에서도 명실상부한 최상위 등급의 제품이다. 그에 걸맞게 구성이나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최상급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11세대에서는 코어 i9 시리즈 프로세서의 위용이 이전만 못 하다. 우선 코어 수가 이전 세대보다 줄었다. 전작인 10세대 코어 i9 프로세서가 최대 10코어 20스레드 구성인 데 반해, 이번 11세대 코어 i9 프로세서는 8코어 16스레드로 오히려 코어 2개가 줄었다. 11세대에서도 여전히 8코어 구성을 유지한 i7 시리즈와 같아졌다. 심지어 캐시 메모리 용량도 같다.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 상위 제품 주요 사양표 / 인텔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 상위 제품 주요 사양표 / 인텔
물론, 작동속도는 여전히 코어 i9 시리즈가 한 수 위다. 최상급 ‘코어 i9-11900K’ 모델의 경우 터보부스트 활성화 시 최대 5.2㎓까지 속도가 올라가고, 냉각 성능만 받쳐주면 5.3㎓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코어 i7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 ‘코어 i7-11700K’ 모델 역시 터보부스트 시 5.0㎓까지 올라간다. 속도 차이는 있지만 엄청날 정도의 격차까지는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성능 차이도 미묘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각종 벤치마크와 게임 테스트에서도 드러난다. 11세대 최상위 모델인 코어 i9-11900K 모델과 코어 i7-11700, 코어 i5-11600K 모델을 기준으로 성능을 확인해 보았다.

인텔 11세대 프로세서 PC마크10 벤치마크 총합점수 비교 / 최용석 기자
인텔 11세대 프로세서 PC마크10 벤치마크 총합점수 비교 / 최용석 기자
PC의 전반적인 업무 성능을 파악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PC마크10(PCMark10)’의 결과는 코어 i9-11900K > 코어 i7-11700 > 코어 i5-11600K 순으로 나왔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점수로 비교해보면 코어 i9-11900K가 7520점, 코어 i7-11700가 7416점, 코어 i5-11600K가 7256점으로, i9 모델과 i7 모델의 점수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다. 만약 코어 i7 제품이 배수 제한이 없고 속도도 더 빠른 ‘코어 i7-11700K’였으면 그 격차는 더욱 줄었을 것이다.

인텔 11세대 프로세서 시네벤치R20 벤치마크 점수 비교 / 최용석 기자
인텔 11세대 프로세서 시네벤치R20 벤치마크 점수 비교 / 최용석 기자
이러한 양상은 다른 테스트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CPU의 멀티코어 성능을 측정하는 ‘시네벤치R20’의 테스트에서도 각각 코어 i9-11900K가 5990점, 코어 i7-11700가 5457점, 코어 i5-11600K가 4311점이 나왔다. 6코어 12스레드 구성의 코어 i5 모델은 점수가 1000점 이상 차이가 벌어졌지만, 같은 8코어 16스레드 구성인 11세대 코어 i9, i7 모델의 점수 차이는 약 500점 정도밖에 벌어지지 않았다.

게임에서는 어떨까. 지포스 RTX 3060 Ti 그래픽카드와 QHD(2560x1440) 모니터를 기준으로 게임 성능 테스트를 진행했다. 전반적인 게임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3D마크(3D마크)’의 타임스파이(Time Spy) 항목에서 11세대 i7 프로세서는 i9 프로세서와 전체점수, CPU 점수 에서 매우 근소한 차이를 보여준다. 11세대 i5 모델이 확실히 차이를 보이는 점과 대조적이다.

인텔 11세대 CPU 3D마크-타임스파이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비교 / 최용석 기자
인텔 11세대 CPU 3D마크-타임스파이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비교 / 최용석 기자
‘배틀그라운드’의 경우도 코어 i9-11900K가 평균 159.2 프레임, 최대 179프레임을 보이지만, 코어 i7-11700은 평균 151.2 프레임, 최대 170프레임을 보여줬다. 또 다른 게임인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에서도 코어 i9-11900K가 평균 157프레임, 최대 210프레임을 기록했지만, 코어 i7-11700은 평균 150프레임, 최대 200프레임을 기록했다.

인텔 11세대 프로세서 배틀그라운드 성능 비교 그래프 / 최용석 기자
인텔 11세대 프로세서 배틀그라운드 성능 비교 그래프 / 최용석 기자
인텔 11세대 프로세서 섀도우 오브 툼레이더 벤치마스 성능 비교 그래프 / 최용석 기자
인텔 11세대 프로세서 섀도우 오브 툼레이더 벤치마스 성능 비교 그래프 / 최용석 기자
확실히 최상급 제품인 코어 i9-11900K 프로세서가 가장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 하지만, 압도적일 정도는 아니다. 특히 테스트에 사용한 코어 i7 프로세서 속도가 더 빠르고 오버클럭 제한이 풀린 ‘K’ 모델이 아닌,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 낮은 일반 모델임을 고려하면, 같은 K시리즈 프로세서 기준으로 11세대 코어 i9 프로세서와 i7 프로세서의 격차는 더욱 줄어드는 셈이다.

인텔 코어 i7-11700K와 i9-11900K 프로세서의 최저가 비교 / 다나와 갈무리
인텔 코어 i7-11700K와 i9-11900K 프로세서의 최저가 비교 / 다나와 갈무리
이런 미묘한 성능 차이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6월 현재 최저가 기준 코어 i9-11900K가 67만원대, 코어 i7-11700K가 43만원대다. 약간의 성능 차이에 비해 약 20만원이 넘는 금액 차이가 크다. 이 정도 차액이면 메모리나 SSD 용량을 한 단계 더 늘리거나, 그래픽카드를 한 단계 더 좋은 제품으로 바꾸는데 보탤 수 있다.

11세대 프로세서 중에서 단순 성능만 보면 코어 i9-11900K 모델이 ‘최고’임은 틀림없다. 각종 테스트 결과가 이를 다시 한번 증명한다. 하지만 ‘가격 대비 성능’으로는 코어 i7-11700K가 한 수 위다.

게이밍PC용으로 가장 추천하는 인텔 11세대 프로세서는 ‘코어 i7-11700K’ 모델이다. / 인텔
게이밍PC용으로 가장 추천하는 인텔 11세대 프로세서는 ‘코어 i7-11700K’ 모델이다. / 인텔
가격이나 소비전력, 발열 등에 상관없이 무조건 최고의, 최상위 제품을 고집하는 하드웨어 마니아나, 1프레임 차이가 정말로 중요한 최고급 실력의 게이머, 조금이라도 더 작업 시간을 단축하려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번 11세대 프로세서 중 게이밍PC용으로 가장 적합한 CPU로 ‘코어 i7-11700K’를 추천하겠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