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기차 충전기 기준, 이대론 안된다

이민우 기자
입력 2021.06.15 06:00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 학습 환경 개선을 위해 세차례나 이사했다는 고사성어로 잘 성장하려면 주변 환경과 질높은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성장을 위한 환경과 인프라의 중요성은 사람은 물론 산업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산업은 그 시작이 되는 마중물도 필요하지만, 본궤도에 오를 때는 무엇보다 터가 잘 닦여 있어야 한다. 초창기 기준만 있으면 제대로 성장이 안된다. 전기차 충전기의 경우, 수량은 많지만 질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한국전력은 마중물 마련을 목적으로 한시적으로 전기차 충전료를 낮춰주는 특례를 제공했고, 벌써 한차례 특례를 연장했다. 전기차 충전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에 제공하는 보조금도 꾸준히 지급했다. 평소 가전기기를 생산했던 기업이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생겼다. 현재 전기차 1대당 충전기 대수는 1.2대로, 업계에서 생각하는 필요기준인 1대당 2.5대에 못미치지만, 충전기 사업자가 늘어나고 충전기 설치에 대한 요청이 증가하는 만큼 충전기 대수 확보는 시간문제다.

하지만 기존 설치했던 충전소에 대한 유지보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다. 물리적인 전기차 충전기 수는 늘었지만, 이에 비례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충전기 역시 증가 추세라는 것이다. 전기차 선도 지역으로 꼽혔던 제주도에서 조차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다는 보도가 여러차례 있었다. 전기차 차주들은 고속도로에 있는 전기차 충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충전이 어려웠다는 불멘 소리도 자주 쏟아낸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질적 성장 열쇠는 전기차 충전기의 사후관리에 대한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와 전기차 충전기 기술 기준 개편이다. 정부는 2019년부터 전기차 충전기 사후 관리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2020년 충전인프라 설치·운영 지침을 공고했지만, 지침에 따라 7일안에 충전기 수리 조치를 완료해야 한다는 내용을 지키는 사업장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정부의 감시와 모니터링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전기차 충전기 기술 기준 개편 시 사용자 친화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 현행 전기차 충전기 기술 기준은 전압 등 전기차 충전기 관련 내부 기술에 대한 표준으로 구성이 된다.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교통약자를 고려한 설치 기준은 미비하다. 눈과 비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보호하는 캐노피(가림막) 의무 설치도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이다.

환경부와 산업부 등 국내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심도 있는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보조금과 할인 특례를 폐지한다면, 양적 성장을 위해 쓰였던 예산을 질적 성장을 위한 자금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단순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보여주기식 전기차 충전기 운영을 하는 기업과 양심적으로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개발과 기술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판가름하는 기준도 명확히 해야한다. 충전 인프라가 모양새만 크고 속은 텅빈 공갈빵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맹모’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할 것이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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