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오는 8월 마이데이터 사업 본격 시행을 앞두고 데이터 확보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삼성카드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마이데이터 사업 예비허가조차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가 예비허가를 획득하고 본허가를 향해 달리고 있는 하나카드, 카카오페이 등 경쟁자들을 바라보는 삼성카드의 속이 타는 이유다. 마이데이터에서 유일하게 소외될 위기에 처한 삼성카드가 이를 돌파하고 혁신 사업을 선보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카드 본사 / 조선DB
삼성카드 본사 / 조선DB
대주주 리스크에 발목…유일하게 진출 못해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와 핀크,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가 모두 이달 마이데이터 본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모두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예비사업자 허가 심사가 중단됐던 기업이다. 지난달 가까스로 심사를 통과하고 본허가를 향해 달리고 있어 삼성카드와 대조된다.

마이데이터 사업허가를 받으려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가 감독 당국 등의 제재를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삼성카드의 대주주인 삼성생명은 지난해 요양보험 암 보험 미지급 건과 관련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기관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로 인해 삼성카드 대주주인 삼성생명은 금융위원회의 최종 제재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카드의 마이데이터 예비사업자 허가 심사가 중단된 이유다.

금융위에서 중징계가 확정되면 삼성카드는 제재 시점으로부터 1년간 금융당국의 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시행을 앞두고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심사가 중단됐다가 막차를 탄 기업들을 포함해 주요 기업 중 사업 진출이 막힌 기업은 삼성카드가 유일하다"며 "사업 시행이 임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삼성카드가 만약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경쟁자들보다 사업 진입이 늦어지는 것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대응 마련 고심 "방법이 없네"

마이데이터 사업에 제동이 걸린 삼성카드가 대응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뚜렷한 방법은 없어 보인다. 금융당국의 금융권 인허가 심사중단제도 개선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인허가 심사중단제도는 금융업 신규 인허가 또는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 시 소송이나 조사·검사가 진행 중이면 심사 절차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다. 금융법상 부적격자 심사를 보류하고 법적 안정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심사가 무기한 지연되는 부작용을 안고 있어 업계는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조사나 검사가 진행 중인 경우,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심사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당국은 해당 제도를 개선해 주기적으로 심사재개 여부를 검토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를 근거로 삼성카드는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심사가 재개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중징계 관련 금융위의 최종결론이 나지 않아 삼성카드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제재 결과가 나오면 이에 상응하는 방안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