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재팬의 메신저 서비스 라인이 일본 이용자의 데이터를 한국 서버에 보관해왔지만 이를 일본 정부에는 숨겨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대표(오른쪽)가 참석한 Z홀딩스 출범식 모습 / Z홀딩스
3월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대표(오른쪽)가 참석한 Z홀딩스 출범식 모습 / Z홀딩스
15일(현지시각) 일본 매체 닛케이는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세워진 특별위원회는 1차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특별위원회는 조지 시시도 도쿄대학교 법정 대학원 교수와 가와구치 히로시 가와구치 설계 대표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됐다.

이들은 "라인 관계자들을 심층 조사한 결과 데이터센터 위치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은폐해 왔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라인은 2013년과 2015년, 2018년 일본 정부와 기관, 지자체,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메인 데이터센터가 일본 현지에 구축돼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라인 측은 2013년 "주요 개인 정보가 일본 데이터센터에 저장돼 있다"고 했다. 또 2015년에는 "라인 메인 서버는 일본에 집중돼 있고 개인 정보는 일본 법률에 따라서 관리된다"고 했다. 2018년에도 "라인의 개인 정보를 처리하는 주요 서버는 일본의 데이터센터에서 관리되고 있다" 등의 내용을 설명회에서 전달했다.

위원회는 라인이 주요 데이터를 이미지와 동영상을 제외한 텍스트만으로 한정해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라인은 개인정보보호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걸맞은 책임 의식이 부족했다. 사용자들에게 정확히 설명하고 이해를 얻으려는 인식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라인이 적극적으로 사실을 은폐했다기보다는 사용자 중심 관점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사내 인식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라인 논란은 올해 3월 일본의 한 매체가 라인의 데이터 관리 부실을 지적하면서 촉발됐다. 라인 중국 자회사가 인공지능(AI) 개발 업무 일부를 담당하면서 라인의 중국 개발자가 일본 사용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향후 사진과 동영상 등 데이터는 한국 서버에도 보관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개인 정보 보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정보에 포함되는 데이터는 사용자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이 거론됐다. 논란이 불거진 후 라인은 즉각 사과하고 중국에서 일본 서버 접근 차단과 라인 관련 기능, 서비스 개발, 보수 업무 등을 일제히 중단한 상황이다.

위원회는 이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라인 측에 서버 이관 비용 비용 부담이 늘겠지만, 정보보호 의무를 지킬 수 있는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는 등 경영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