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도 시중 은행의 점포 폐쇄가 계속될 전망이다. 고령자 등 취약 계층의 금융 접근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이 밝힌 대책도 제자리 걸음 중이라 이들의 불편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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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하반기 전국 40여개 점포를 폐쇄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상반기 폐쇄한 6개 점포를 포함하면 올해만 50여개 점포를 없애는 셈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타 은행 대비 점포를 상대적으로 적게 줄였기 때문에 올해 점포 폐쇄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올해만 두 차례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몸집 줄이기에도 나섰다.

국민은행 역시 30개 지점을 하반기에 폐쇄할 예정이다. 7월에 28개 지점 폐쇄에 이어 9월에는 2개 지점을 추가로 없애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상반기에만 이미 20개 지점을 폐쇄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에도 83개 지점을 줄여 점포 폐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30개, 18개 점포를 폐쇄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인력 채용도 IT부문 인재로 대부분 채우고 있으며 오프라인 지점도 갈수록 줄일 예정이다"라며 "금융 취약자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존을 위해 이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금융취약자 위한 대책은 어디에

시중은행 점포 폐쇄에 속도가 붙지만 이로 인해 낮아지는 금융접근성을 보완할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고령자 등 금융취약자를 향한 대책도 나오지 않아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발표한 ‘고령친화 금융대책’을 발표했지만, 1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버스와 같은 이동 수단을 활용한 이동형 은행 점포 활성화와 노인금융피해방지법 제정 추진을 골자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동형 은행 점포는 코로나19로 인해 멈췄다. 노인금융피해방지법도 추진도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여기에 고령층 전용 앱 개발 역시 구체화 움직임이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령층 전용 앱 개발을 독려하고 있고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들을 고심하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디지털화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며 "환경 변화에 따른 다양한 방안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친화 금융대책이 헛바퀴를 도는 사이 시중은행의 점포 폐쇄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 취약층이 활용할 수 있는 금융 자원은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불편은 모두 금융 소비자의 몫이 되고 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