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맞아 11분기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도 올렸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 실적이 일반 회계처리에서 빠졌고, 생활가전과 TV 부문이 호조를 보이면서 2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대 달성을 이끌었다.

삼성전자 깃발(왼쪽)과 LG 트윈타워 사옥 로고 / 각사
삼성전자 깃발(왼쪽)과 LG 트윈타워 사옥 로고 / 각사
삼성전자,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영업이익 12.5조 달성

7일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12조5000억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0년 동기 대비 매출 18.94%, 영업이익 53.37% 늘어난 규모다. 1분기 대비 매출은 3.65% 감소, 영업이익은 33.26% 증가했다.

매출은 2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호황기인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 이후 11분기 만에 가장 많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5월까지 10조원 초반대로 내다봤지만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라 11조원 초중반대로 상향 조정했다. 12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은 최근 전망치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반도체 실적 상승은 삼성전자 주력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강세 등 슈퍼사이클 본격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4월 D램 고정거래가격은 최대 26%까지 올랐다. 2017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낸드플래시 역시 2020년 3월 이후 1년 만인 올해 4월 가격이 반등했다. 메모리카드·USB향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 고정거래가격은 8.57% 올랐다.

스마트폰 사업부문은 비교적 부진했다. 1분기 4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IM 부문은 2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디스플레이(DP·삼성디스플레이) 부문은 스마트폰 생산 감소에도 9000억~1조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LCD 등 패널 가격 상승과 고객사(애플)의 일회성 보상금(5000억원 추정)을 반영한 결과다.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은 비스포크 시리즈 등 생활가전 부문이 선전했지만, LCD 패널 단가 상승으로 TV 판매 수익성이 떨어지며 1분기 영업이익(1조2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전망은 밝다. 증권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어지는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3분기에도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반도체 부문 실적도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반도체 부문에서만 2분기 대비 2조7000억원 이익 증가가 발생해 15조2000억원에 이를 것이다"라며 "2018년 3분기 17조5000억원 이후 3년 만에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LG전자, 2분기 연속 영업익 1조원 돌파…스마트폰 접고 체질 개선

LG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조1128억원으로 2020년 동기보다 65.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매출은 17조110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8.4% 증가했다.

매출액은 2019년에 기록한 역대 2분기 최고 실적(15조6292억원)을 갈아치웠다.영업이익은 사상 첫 2분기 연속 1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1분기와 마찬가지로 생활가전(H&A)과 TV(HE) 사업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와 동시에 신성장 동력인 전장(VS) 사업을 안착시켜 체질 개선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는 에어컨 성수기 진입 등에 힘입어 생활가전에서 7500억~7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9000억원을 넘긴 1분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통상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낮았던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억눌린)·집콕 수요가 2분기에도 지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 직원이 경남 창원사업장에서 전면도어에 ‘미스트 그린’ 색상을 적용한 LG 오브제컬렉션 스타일러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LG전자 직원이 경남 창원사업장에서 전면도어에 ‘미스트 그린’ 색상을 적용한 LG 오브제컬렉션 스타일러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생활가전 2분기 매출액은 6조원대 중반으로 2분기 기준 역대 최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미국 가전 경쟁사인 월풀에 1분기 매출 5000억원쯤을 앞섰고, 2분기에도 1조원 이상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TV 부문은 원재료 가격 상승에도 OLED·나노셀·초대형 등 고가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을 높이며 양호한 수익성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LG전자 2분기 TV 매출이 2016년 이후 5년 만에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영업이익은 2500억~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LG전자의 올레드 TV 출하량은 2020년 대비 2배 이상으로, 분기별 100만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LG전자 전체 TV 매출 중 올레드 TV 비중은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장 부문은 완성차 수요 회복 등으로 2020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1조원쯤 늘어난 1조9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여파로 700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 마그나와 설립하는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1일 물적분할을 완료하고 본격 출범을 앞뒀다. LG전자는 하반기에 전장 사업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

PC·모니터와 디지털 사이니지 등을 담당하는 BS사업본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1조 7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도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는 하반기도 LG전자의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2020년부터 이어온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구조를 재편한 효과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5조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한 MC사업본부가 2분기부터 중단영업손실로 처리돼 일반 회계처리에서 빠졌다. LG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올해 사상 최대치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레드 TV 판매가 급증하며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오브제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생활가전의 성장세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MC 사업 중단과 가전, TV의 안정적 수익 창출, 전장의 흑자 전환 기대를 반영하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 경쟁력 확대, LG디스플레이의 턴어라운드로 연결 기준 수익성도 빠르게 개선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