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 콘텐츠 자회사인 현대미디어 지분 인수 계획을 공시했다가 이를 철회했다는 이유로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 기로에 놓이게 됐다. KT가 콘텐츠 자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 중심으로 콘텐츠 사업을 추진하면서 현대미디어를 KT스튜디오지니 산하에 두게 된 것이 이번 사안의 배경이 됐다. KT스카이라이프는 불법 의도 목적의 허위 공시가 아닌 만큼 차분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유가증권시장본부가 9일 공시한 KT스카이라이프의 불성실공시법인지정예고 세부 내용 / 다트 갈무리
유가증권시장본부가 9일 공시한 KT스카이라이프의 불성실공시법인지정예고 세부 내용 / 다트 갈무리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본부는 9일 KT스카이라이프의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 예고를 공시했다.

불성실 공시란 상장한 등록 법인이 공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유가증권시장상장공시위원회는 해당 법인에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을 예고한 후 심의를 거쳐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 여부와 부과 벌점, 공시 위반 제재금 부과 여부 등을 결정한다. 부과 벌점이 10점 이상이면 지정일 당일 1일간 매매가 정지된다.

유가증권시장본부는 KT스카이라이프가 공시를 번복한 것과 관련해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33조에 따라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의 지정을 예고했다고 설명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2020년 10월 4911억원에 케이블TV사인 현대HCN을 인수하면서 현대HCN 콘텐츠 자회사인 현대미디어 인수 계획도 밝혔다. 이달 30일까지 현대미디어 지분의 100%인 주식 301만7428주를 290억원에 취득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KT스카이라이프는 이달 8일 이같은 결정을 철회했다. KT 그룹의 콘텐츠 사업 시너지를 강화하고자 현대미디어 인수 주체를 KT스튜디오지니로 변경한다는 게 취소 사유다. KT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유료방송 업계는 KT가 1월 설립한 콘텐츠 전문 자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미디어 콘텐츠 사업의 수직 계열화 작업을 진행하고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 KT가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면서 해당 사업 중심부에 KT스튜디오지니를 두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KT는 3월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KT스튜디오지니를 주축으로 스토리위즈, KT스카이라이프, KT시즌 등의 사업을 진행해 콘텐츠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계열사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가 함께하는 그룹 미디어콘텐츠 밸류체인 인포그래픽 / KT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가 함께하는 그룹 미디어콘텐츠 밸류체인 인포그래픽 / KT
KT스카이라이프 주가는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 예고 공시일인 9일 전후로 일시적인 하락세를 보였지만 회복되는 모습이다. 7일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9일 오전엔 낙폭이 두드러지기도 했지만 이날 오후부터 증가세를 보였다. 12일에도 전일 대비 1.44%(150원) 오른 10만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과 관련해 차분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공시 번복 건이) 불법이거나 나쁜 의도를 갖는 허위 공시와 다르기에 경위서를 제출하는 등 사정을 잘 설명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2일 현대HCN 인수 자금을 마련하고자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 인수 계약 당시 인수액의 10%를 계약금으로 지불한 상태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잔금 지급에 목적이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수 승인 결정 후 잔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