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엔씨, NC) ‘트릭스터M’이 이용자들로부터 점차 외면당하고 있다. 출시 두 달 만에 약 97% 이용자가 증발했다. 불안정한 게임 운영과 과금 유도 방식이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넷마블 ‘제2의 나라’와 카카오게임즈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등장은 이용자를 블랙홀처럼 흡수해 갔다.

엔씨소프트 ‘트릭스터M’이 7월 21일 첫 번째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트릭스터M’이 7월 21일 첫 번째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엔씨소프트
이용자 엑소더스 가속화…출시 두 달만에 97%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릭스터M 이용자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는 모바일인덱스의 안드로이드OS와 iOS 통합데이터 분석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7월 11일 기준 트릭스터M 이용자수는 8001명에 불과하다. 이는 출시 당일(5월 20일) 30만1703명으로 최고치를 달성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97%에 달한다. 이 같은 조짐은 출시 6일만에 확인됐다. 6월 25일에는 출시 당일과 비교해 ⅓쯤이 줄어든 10만3646명을 기록했다.

트릭스터M은 귀여운 리니지를 표방하며 2030세대를 주요 이용자층으로 노리고 출시된 모바일 게임이다. 엔트리브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서비스했던 ‘트릭스터’ IP를 활용해 개발했다.

트릭스터M 이용자수는 비슷한 기간 출시된 넷마블 제2의 나라, 카카오게임즈 오딘의 이용자수 변화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6월 10일 출시된 제2의 나라는 90만706명에서 7월 11일 17만5444명으로 이용자수가 대폭 줄긴 했지만 아직까지 트릭스터M 보다 이용자수가 많다. 오딘은 6월 29일 출시 당일 32만6559명에서 7월 11일 기준 32만2551명으로 안정적이다.

소비자 불만에 부채까지…악재 겹친 자회사 엔트리브

이용자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트릭스터M의 불안정한 게임 운영과 과금 유도 방식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과금이다. 이용자 사이에서는 무리하게 과금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DC인사이드 트릭스터M 갤러의 한 이용자는 "엔씨가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유저 불매운동까지 겪었지만 과금 유도 방식은 그대로다"라고 지적했다.

기존 트릭스터 PC게임을 추억하며 트릭스터M을 시작한 유저 사이에서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한 이용자는 "기존 게임과 비교할 때 캐릭터만 그대로지, 게임에 돈을 투자해야 플레이가 쉬워지는 구조라 아쉽다"고 밝혔다.

모회사인 NC소프트에도 악영향…기업평판 추락, 넷마블에 밀려 2위로

트릭스터M의 고전은 모회사인 엔씨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그 동안 계속된 적자로 엔씨의 아픈손가락이던 엔트리브가 결국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고전하는 와중에 리니지 형제(리니지M·2M)까지 2주 째 오딘에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내줬다. 이 영향으로 엔씨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14일 발표한 게임 상장기업 브랜드평판 2위로 내려앉았다. 트릭스터M과 리니지M·2M의 부진으로 결국은 엔씨의 브랜드평판이 떨어진 셈이다.

구창환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소장은 "최근 몇년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던 엔씨가 넷마블에 6월부터 1위를 내줬다"며 "2개월 연속 1위 자리를 내준 적은 올해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넷마블 제2의 나라 흥행이 7월까지 유지된 결과다"라며 "새로운 게임 출시나 매출 급등 소식 등 큰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데이터상 엔씨의 하락세는 계속될 전망이다"라고 진단했다.

엔씨, 트릭스터M 심폐소생술 나서…전망은 ‘글쎄’

엔씨는 트릭스터M 이용자 확보를 위해 7월 21일부터 첫 번째 대규모 개편·이벤트를 진행한다. 그럼에도 업계와 이용자는 트릭스터M의 실적 만회의 성공 여부가 미지수라고 평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는 상반기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매출이 하락한 와중에 신작 성과도 부진한 상태다"라며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있기 전 수준의 회복은 엔씨 하반기 기대작 ‘블레이드&소울2’ 출시 전까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엔씨 관계자는 "현재 사전예약 중인 대규모 개편이 이용자 확보 전략의 핵심이다"라며 "관련 이벤트를 많이 진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