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 달성에도 편히 웃지 못한다. 메모리에 편중된 사업 실적과 스마트폰 사업의 정체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해서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서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에 걸맞게 성과가 근접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삼성전자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성장의 정체다. 투자자 관점에서 미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우려를 낳는다.

삼성전자는 2012년 매출 200조원을 달성했다. 2008년 매출 100조원을 돌파한 지 4년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2020년에 236조원에 그쳤다. 국내 기업 중 200조원대 매출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지만, 이 기간 국내외 IT기업들이 폭발적 성장을 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체로 봐도 무방하다.

삼성전자가 정체기를 겪을 동안 경쟁사인 애플은 이같은 벽을 깨부순 사례를 보여줬다. 애플은 2017년 매출 2292억달러(261조원)에 머물렀지만 매년 성장을 거듭한 끝에 2020년 매출 2745억달러(313조원)를 달성했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애플의 시가총액은 최근 2800조원을 돌파했다. 3000조원 달성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포트폴리오가 심화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낳는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12조5000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7조원 이상을 반도체가 책임졌다. 증권가에 따르면 반도체 매출 추정치는 22조원이다. 특히 반도체 전체 매출의 75%, 영업이익의 95% 이상을 메모리가 차지했다. 비메모리의 매출은 5조원에 미치지 못했고, 영업이익도 2000억~300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어지는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3분기에도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반도체 부문 실적도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전망은 전망일 뿐이다. 그동안 실적을 떠받쳐 온 메모리의 ‘슈퍼 사이클’이 반대로 소강 국면에 접어든다면 지금처럼 편중된 매출은 치명적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분기 대비 3~8% 상승할 전망이다. 2분기 상승폭(18~23%)에 비하면 축소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우려에서 벗어나 안정적 우상향을 지속하려면 파운드리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56%로 1위, 삼성전자는 18%로 2위다. TSMC의 점유율이 2년간 8.9%포인트 오른 반면, 삼성전자는 1.1%포인트 하락했다. 승자독식 구조가 점차 뚜렷해졌다.

삼성전자는 완제품(갤럭시)·칩설계(엑시노스)·양산(파운드리)에 모두 발을 들였다. 고객사와 공급자이자 경쟁자이자 수요자가 되는 셈이다. 파운드리만 전념하는 TSMC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3나노(㎚)에서 차세대 ‘GAA(Gate-All-Around) FET’ 등 신공정 기술 확보로 TSMC와 격차를 좁히는 전략도 위태위태하다. 최근 퀄컴 고위 임원은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도입이 당초 목표보다 1∼2년 지연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반면, TSMC는 이미 인텔과 애플 등 고객사에 3나노 시제품을 보내 공정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절차를 밟고 있다.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결국 시스템반도체 부문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이다. 파운드리에서 압도적 2등이라는 수확을 거두는 것부터 1차 목표를 삼아야 한다. 기존에 잘했던 것(메모리)을 더 잘하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파격적·획기적 투자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이를 통해 메모리에 편중된 사업 구조 리스크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