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주행시 사용자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지 3개월이 지났다. 3개월간 계도기간을 포함해 단속된 건수가 많지 않지만, 물리적으로 대부분 현장에서 단속이 어려워 사용자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헬멧 착용여부를 단속하는 교통외근경찰은 전동킥보드 단속말고도 교차로단속과 중대법규위반 등 신경쓸 영역이 많아 전적으로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 전동킥보드 업계는 헬멧 제공을 점차 늘리는 추세만, 제공하지 않는 기업도 있어 사용자의 자발적 착용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수도권 내 자전거 도로에 주차되있는 다수의 전동킥보드 / 이민우 기자
수도권 내 자전거 도로에 주차되있는 다수의 전동킥보드 / 이민우 기자
4일 모빌리티 업계와 경찰청에 따르면, 5월 13일 전동킥보드 탑승시 헬멧을 의무착용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이후 7월 31일까지 단속 건수는 1만4900건쯤이다. 시행 첫날 이후 1달 간의 계도기간(단속·적발 진행하나 벌금부과를 하지 않음)에 단속된 건수도 포함됐다.

국내 전동킥보드 분포와 범위를 생각하면 자동차 대비 많지 않은 숫자로 분석된다. 국내에 도입된 전동킥보드는 60만대쯤이다. 일반적으로 경찰청에서 교통단속시 적발하는 자동차의 과속적발 건수는 매년 1200만건쯤으로, 월 평균 120만건이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 3개월이 지났음에도 전동킥보드 헬멧 미착용 적발을 담당하는 경찰의 고충은 여전하다. 전동킥보드는 차량보다 이동경로가 세분화돼있고, 교통외근경찰이 헬멧 착용여부말고도 적은 인원으로 교차로 단속·중대법규위반 등도 함께 적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장 고충 때문에 실제로는 단속되지 않은 미착용 사례가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교통외근경찰의 경우 전국적으로 3000명정도가 존재하는데 3~4교대 근무하면 1시점에 1000명 내외로 순찰차 1대에 2명이 탑승하면 500개 팀에 불과하다"며 "국내 교차로도 수만개에다 차량 과속·신호위반 등 단속도 함께 해야해 전동킥보드 헬멧에만 집중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근자가 많으면 단속으로 사용자 안전을 더 확보할 수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보니 사용자부터 관련 업계 모두의 조력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국내 공유킥보드 업계가 사용자 헬멧 의무착용에 대응하는 모습은 극과 극이다. 알파카와 하이킥을 시작으로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협의회(SPMA) 소속 일부 업체는 8월 중 현재까지 제공된 것 포함 도합 4만5000개쯤 공유 헬멧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면 라임 등은 공유헬멧 제공이 아닌 판매에 나섰다. 헬멧 착용에 있어 사용자 휴대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 많다.

공유킥보드 업계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에서 헬멧 사용주체를 사용자로 잡고 있다. 앱 시작부터 사용자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헬멧 착용을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등 방안 골몰에 나섰다. 기업에서 헬멧을 제공해도 착용 주체가 사용자인만큼 자발적 착용을 주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기존에 공유헬멧을 제공한 뉴런 모빌리티는 헬멧 착용 인증샷을 찍을 시 매회마다 잠금해제 비용을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알파카도 AI인증 시스템으로 헬멧 착용 유무를 판별한 뒤 현금성 포인트를 사용자에게 지급 중이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서울시 조례 등으로 공유킥보드에 대한 규제측면이 강해지면서 사용자 교육 중요성도 높아진 상태다"며 "헬멧을 착용하고 벌금을 부과받는 당사자가 사용자인만큼 단순히 기술만으로 완전한 해결은 어렵고, 사용자 의지와 인식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