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돈이 몰리고 있다. 1차 벤처붐이 불었던 2000년대 초를 넘어서는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달의 민족, 직방, 당근마켓 등 시장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스타트업 성공 사례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긍정적 분위기가 확산되는 영향이다. 정부의 벤처 투자 소득공제 혜택도 한몫한다.

4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상반기 벤처 투자와 벤처펀드 결성액이 각각 3조730억원과 2조7423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상반기에 벤처기업으로 흘러간 투자금은 2020년 같은 기간보다 85.6% 늘었다.

‘싹이 보이는' 스타트업에 베팅한 초기 투자금도 1조원을 훌쩍 넘었다. 스타트업 투자 분석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이 시리즈A에서 유치한 금액은 상반기에만 1조498억원에 달했다. 시리즈A는 사업 아이템 가능성 정도만 따지는 초기 단계 투자를 의미한다.

스타트업이 보유한 혁신 기술에 주목해 자사의 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는 대기업도 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서비스 투자를 진행하는 네이버는 제페토 등 메타버스의 대중화, 고도화를 뒷받침할만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네이버 D2SF는 전문 개발 지식이 없어도 가상 세계에서 콘텐츠 제작의 허들을 낮추는 솔루션을 개발 중인 비추얼 플로우에 투자했다. 또 VR환경에서 실시간으로 다수 유저들의 멀티 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픽셀리티게임즈에도 투자를 완료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두 기업은 모두 희소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네이버는 두 스타트업이 가상 메타버스 환경에서의 콘텐츠 제작 허들을 낮출 수 있는 역량에 주목했다. 이 외에도 네이버 D2SF는 2015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72곳의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한 상태다.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하는 청년 글로벌 리더 중 한국 스타트업 리더는 2016년 5명에서 꾸준히 늘어 2020년 15명을 기록했다.

카카오도 카카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의 3단계 스타트업 투자를 거치면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매년 투자금을 늘리고 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수익화 목적의 투자에 집중하지만 카카오와의 시너지를 낼 만한 유망 기업에도 투자와 인수를 진행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2015년 인수한 모바일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이듬해 카카오내비로 출시했다.

기관이 아니라 개인 투자금도 스타트업에 쏠린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다수의 개인이 모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조합 규모가 2021년 1분기 1조623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투심이 쏠리는 이유는 가능성이다. 투자할만큼 똘똘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대폭 늘었다. 중소기업벤처부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CES 혁신상을 수상한 국내 기업 중 대부분이 스타트업이다. 수상기업은 2021년 22개사로 2019년 5개사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개척에 빠르게 성공한 스타트업 성공 사례도 시장 투자에 훈풍을 불어넣는다. 중소기업벤처부 분석에 따르면 국내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원)이상 비상장기업인 유니콘기업은 2016년 2개에서 2020년 13개로 급등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나 토스뱅크를 운영하는 비바라퍼블리카, 산타토익을 운영하는 교육 스타트업 뤼이드, 부동산 플랫폼 직방과 당근마켓 등 단시간내 성장에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업계 종사자 등에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스타트업 분위기에 대한 평가 점수는 100점만점 기준 71.3점으로 크게 뛰었다. 2016년에는 55점에 불과했다.

정부의 지원도 스타트업 투심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특히 기관이 아닌 개인 중심의 투자가 늘어난데는 정부의 세제 혜택 공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창업기업에 대한 엔젤투자시 공제 비율을 확대했다.

개인투자조합을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3000만원까지 100%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3000만~5000만원 투자 구간에서는 70%, 5000만원 초과 투자 구간에서는 50% 소득공제가 된다. 소득공제 한도는 종합소득세의 50%다. 2015년 100% 공제 기준은 1500만원 이하였지만, 지난 2018년 3000만원 이하로 대폭 확대한 것이다.

높은 과세율(1억 5000만원 초과 연봉자의 경우 지방세 포함 41.5%과세)을 적용받는 고연봉자들의 소득공제로 과세표준을 대폭 줄여줬다. 만약 연봉 1억8000만원인 사람이 3000만원을 벤처기업에 직접 또는 개인투자조합을 통해 투자할 경우, 약 40%인 1200만원쯤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