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시행 5개월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거래소 신고수리는 지지부진하다. 정부가 실명계좌 개시 요건을 은행에 전적으로 맡겼지만, 은행권이 거래소 실명계좌 개설에 보수적으로 접근해 신고수리절차가 더디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업계와 전문가는 신고수리절차가 사실상 은행허가제’로 변질된만큼, 실명계좌 요건을 폐지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12일 IT조선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에서는 업계 전문가들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을 좌장으로 정현태 금융위원회 혁신기획재정담당관, 이상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보안수준인증팀장, 정지열 한국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장, 김범준 단국대 법과대학 부교수, 이준행 고팍스 대표, 정상호 델리오 대표,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변호사,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 이사, 허준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정책기획팀장 등 국내 가상화폐·금융계 관계자들이 최근 가상화폐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실명계좌 발급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실명계좌는 올해 상반기 시행된 특정금융법(이하 특금법)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존립의 핵심 중 하나다. 특금법상 가상화폐 사업자가 신고수리를 받기 위해서는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9월까지 실명계좌를 발급 받지 못한 거래소는 영업이 불가능하다.
그는 이어 "은행권에서 특히 우려하는 실명계좌 발급 거래소 문제 발생시 글로벌 차원의 은행 세컨더리 보이콧 사례는 명확히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에서 특금법을 취지에 맞도록 정착시키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 등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와 우려를 불식시키고 독려에 나서길 바란다는 의견도 남겼다.
은행권에서 취하는 실명계좌 발급의 보수적인 태도가 은행의 원인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은행의 입장에서 금융위 등의 해석을 살필 수 밖에 없는 만큼, 현재 은행권의 보수적인 태도는 감독당국의 태도가 투영된 모습이라는 것이다.
자금세탁방지에 있어 실명계좌 유무가 지금에서는 굳이 영향을 끼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운영 행태가 부실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틀이 갖춰지고 고객 관리 능력도 갖추게 된만큼 더 이상 은행에서 역할을 대신 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어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는 글로벌 표준과 비교해봤을 때도 맞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계좌가 없이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받아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며 "만약 실명계좌 강제화 조항의 삭제가 어렵다면 전문 은행제 도입도 훌륭한 대안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측에서 발의한 가상자산 전문은행 도입 특극법 개정안은 공정한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심사를 위해 전문 은행 설치를 제안했다. 현행 특금법에서 은행측의 재량이 크다보니 위험평가를 거부하는 경우 상황도 발생하는 등, 특금법이 공정한 신고수리 절차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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