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룰과 관련한 은행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코인을 이전할 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파악할 것을 요구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규정이다. 국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에도 ‘트래블 룰’이 포함돼 있다.

12일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의 패널 토론에서 이준행 고팍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IT조선
12일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의 패널 토론에서 이준행 고팍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IT조선
12일 IT조선이 개최한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이준행 고팍스 대표는 마무리 순서인 패널 토론에서 트래블룰의 문제점을 ‘은행의 과도한 우려’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로 인해 발생할 출금 정지와 국내외 업체간 공조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최근 농협은행이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룰’ 체계를 구축하기 전까지 암호화폐 입·출금을 중단해달라고 한 요구가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한 말이다. 이준행 대표는 은행의 입·출금 요구가 확산되면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갑자기 입·출금이 중단되면 시세를 조종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보통 시세조종은 출금을 막은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어 최근까지 국내외 업체간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은 점도 아쉬워 했다.

그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 공조를 이루는게 훨씬 어렵다"며 "국내에서도 2018년도부터 거래소 간 화이트리스트를 모으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직까지 진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마이데이터나 오픈뱅킹처럼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모델을 구축하는게 좋을지,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나서서 만드는 모델이 좋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그는 글로벌 시장과 논의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공조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끝으로 이준행 대표는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부분을 막는 대안책으로 논의되는게 트래블룰이다"라며 "트래블룰을 합리적으로 논의하고 해석해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가 전 세계 가상자산 분야의 지분을 얼마나 가지게 될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은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며 여러 잡음이 많이 생기는 이유를 일종의 ‘성장통’으로 해석했다. 이정엽 의장은 "업계분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다"며 "우리나라가 법치주의 국가인만큼 느리더라도 법적 해석이나 입법을 추진한다면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토론회를 마무리 지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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