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칩 부족에 따른 부품 수급 차질로 TV 가격 책정에 애를 먹는다. 반도체 칩 부족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생산 지연으로 상반기 TV 판매량을 기대만큼 끌어올리지 못했다. 수익 증대를 위해 하반기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

14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회사들은 그동안 TV용 패널을 만드는 과정에서 핵심 부품을 조립하는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을 겪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동안 모듈 조립 반도체 칩 부족 우려가 있었고, 이에 TV용 패널 생산 일정도 일부 조정된 것으로 안다"며 "단가가 낮은 LCD 기반 TV가 반도체 칩 부족에 따른 타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에서 네오 QLED TV 게이밍 기능을 체험해보고 있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에서 네오 QLED TV 게이밍 기능을 체험해보고 있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직접적인 소비자 가격 인상보다 소비자 프로모션을 줄이는 ‘우회적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고가의 프리미엄 TV는 상반기 출시 후 하반기 대규모 프로모션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하지만 원자재 수급 차질과 가격 인상에 따라 예년과 같은 수준의 제품 가격 인하 폭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반기 대형 LCD 패널의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TV용 LCD 패널 생산을 지속 중인 디스플레이 업계에는 호재지만, 최종 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에는 악재다.

TV용 LCD 패널 가격은 7월부터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지만, 65인치 이상 대형 패널 가격은 변화없이 고점을 유지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8월 상반월(1~15일) 55인치 이하 TV용 LCD 평균거래가격은 7월 하반월(16~말일) 대비 2.3% 하락했다. 반면 65인치 이상 패널 가격은 같은 기간 0.15% 떨어지는 데 그쳤다. 75인치 패널은 같은 가격을 유지했다.

삼성전자의 TV 핵심 생산 거점인 베트남 공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가동 차질을 빚었다. 7월 베트남 공장 가동률은 40%까지 하락했고, 이같은 여파로 국내에서 TV 입고가 수주쯤 지연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은 코로나19에 따른 베트남 락다운으로 인해 협력업체 가동 중단으로 생산에 영향이 있었다"며 "인도·한국 등으로 공급을 유연화하고 추가 공급처도 확보해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3월 출시한 네오(Neo) QLED 인기에 힘입어 올해 QLED TV 1000만대 판매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생산 차질에 따른 가격 인상 가능성이 현실화 하면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LG전자도 미니LED 패널에 들어갈 반도체 부품 수급 영향으로 ‘LG QNED 미니LED’의 글로벌 출시를 4월에서 6월 말로 연기한 사례가 있다. 국내 출시가 글로벌 대비 늦은 7월에 이뤄지고, 8K 모델 출시가 지연되는 것 역시 OLED TV 올인 전략과 별개로 부품 수급 차질에 따른 여파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드라이브IC, 프리미엄 패널, QD 시트 등 부품 수급 차질로 삼성전자 TV의 상반기 출하는 제한적이었다"며 "삼성전자가 실적개선을 위해 하반기 중 TV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상하는 전략을 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