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여가를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높은 게임 수요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게이밍 PC 판매량은 그리 좋지 못했다. 암호화폐 채굴 대란으로 핵심 부품인 그래픽카드를 구할 수 없거나, 너무 비싸서 노트북을 제외한 게이밍 PC 판매 자체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하반기 들어 암호화폐 열풍이 한풀 꺾였다. 게다가 엔비디아가 채굴 성능을 제한하는 LHR(Lite Hash Rate) 기능을 적용한 새로운 그래픽카드를 출시하면서 물량 공급이 늘고, 가격도 떨어졌다. 제대로 된 게이밍PC를 구매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최고 성능의 그래픽카드를 선택하면 어떠한 환경에서든 최고의 게임 경험을 누릴 수 있지만, 그만큼 비싼 돈을 들여야 한다. 예년보다 여전히 그래픽 카드 가격이 비싼 만큼, 자신의 게임 환경에 맞춰 최적의 그래픽카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모니터 해상도를 기준으로 단계별 최적 그래픽카드를 정리했다.

가장 대중적인 풀HD 디스플레이용 게이밍 그래픽카드

(왼쪽부터)게인워드 지포스 RTX 3060 고스트, 사파이어 라데온 RX 6600 XT 니트로+ / 각사
(왼쪽부터)게인워드 지포스 RTX 3060 고스트, 사파이어 라데온 RX 6600 XT 니트로+ / 각사
과거 풀HD 해상도(1920x1080, 1080p)는 나름 최고급 화질을 의미했다. 하지만, 요즘은 가장 보편적인 해상도가 바로 풀HD다. 게임 플랫폼 스팀 등의 통계에 따르면 여전히 전체 게임 인구 중 90%가 넘는 사용자가 풀HD 해상도로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오래된 게임이나 캐주얼한 온라인 게임 정도는 CPU 내장 그래픽으로도 풀HD에서 쾌적한 게임이 가능하다. 하지만, 본격적인 3D 그래픽 기반 온라인 게임을 즐기려면 제대로 된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최신 그래픽카드 기준으로, 풀HD 해상도의 모니터나 TV 등에서 최고의 화질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구현하려면 지포스 RTX 3060 또는 라데온 RX 6600 XT 같은 메인스트림급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이 정도 그래픽카드면 꽤 고사양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를 최고 화질(올 울트라)에서 평균 130~140프레임을 유지할만한 성능이 나온다.

본격적인 PC 게임 마니아를 위한 WQHD 해상도용 그래픽카드

(왼쪽부터)이엠텍 지포스 RTX 3070 Ti 블랙에디션, 기가바이트 지포스 RTX 3070 Ti 게이밍 OC / 각사
(왼쪽부터)이엠텍 지포스 RTX 3070 Ti 블랙에디션, 기가바이트 지포스 RTX 3070 Ti 게이밍 OC / 각사
다른 플랫폼보다 PC로 게임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PC 중심 게이머들은 풀HD의 화질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이상의 해상도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같은 게임에서도 해상도가 올라갈수록 더욱 선명하고 정교한 화질로 즐길 수 있다. 그만큼 몰입감을 더욱 높이는 것은 물론 시각적인 즐거움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보통 풀HD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해상도가 WQHD(2560x1440, 1400p)다. 풀HD 해상도와 비교해 화면을 구성하는 픽셀 수가 약 1.6배 늘어난 만큼, 확실히 화질이 좋아지는 것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물론, 해상도가 높을수록 게임에서 그래픽카드의 처리 부담도 늘어나기 때문에 메인스트림급 그래픽카드로는 슬슬 힘에 부치거나 게임 속 그래픽옵션 타협이 필요하다.

WQHD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기준으로 최상급 화질과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지포스 RTX 3060 Ti 이상, 최고 RTX 3070/3070 Ti 정도의 그래픽카드를 추천한다. AMD 그래픽카드의 경우 라데온 RX 6700 XT~6800XT쯤은 되어야 한다. 해상도는 풀HD에 불과하지만, 200㎐를 넘는 초고주사율 게이밍 모니터를 사용하는 경우도 이 정도 그래픽카드를 사용해야 안정적인 프레임 유지가 가능하다.

최고급 4K 게이밍 환경을 위한 최상위 하이엔드 그래픽카드

(왼쪽부터)조텍 게이밍 지포스 RTX 3080 Ti 트리니티 OC, PNY XLR8 지포스 RTX 3080 Ti 업라이징 에픽-X / 각사
(왼쪽부터)조텍 게이밍 지포스 RTX 3080 Ti 트리니티 OC, PNY XLR8 지포스 RTX 3080 Ti 업라이징 에픽-X / 각사
요즘은 가정용 TV의 상당수가 4K UHD 해상도(3840x2160, 2160p)로 나오고, 주로 TV에 연결해 즐기는 최신 게임 콘솔 역시 4K 해상도를 지원한다. 자연히 ‘최고 게임 화질’도 4K 해상도를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4K 해상도 기반 게이밍 모니터도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콘솔보다 한 수 위의 게임 성능을 누릴 수 있는 PC에서도 4K 화질로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그만한 투자를 각오해야 한다. 현존하는 최상위 하이엔드급 그래픽카드를 써야만 4K 해상도에서 화질과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4K 게임 환경에 도전하려면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RTX 3080/3080 Ti 또는 라데온 RX 6900 XT 이상은 되어야 한다. 풀HD 대비 픽셀 수가 4배로 늘어나면서 요구 성능 또한 껑충 뛰기 때문이다. 그래픽카드 하나 가격이 어지간한 고사양 PC 한 대쯤 되는 제품들이다. 가격이 비싼 대신, 투자한 만큼 최고의 게임 화질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당장 4K 게임 환경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그래픽카드가 있어야 제대로 된 4K 게임 환경을 꾸릴 수 있는지 알아두는 것도 좋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